"밤을 새웠다... 많이 춥다" 김홍빈 대장, 마지막 위성 통화 내용 공개

입력
2021.07.20 22:48

“조난당했다. 구조 요청한다. 밤을 새웠다. 많이 춥다”

김홍빈(57) 대장이 조난 당한 후 실종되기 직전 구조를 요청했던 마지막 위성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광주광역시와 광주시산악연맹 장애인체육회 등으로 구성된 ‘김홍빈 사고수습대책위원회’는 20일 광주시청에서 김 대장의 등반 및 사고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 대장은 지난 19일 오전 5시 55분(이하 파키스탄 현지 시간) 위성 전화를 했다. 이 시간은 김 대장이 브로드피크(8,047m)를 등정(19일 0시쯤)하고 하산하다 조산 당한 뒤 약 6시간 만이었다. 김 대장은 처음엔 피길연 광주시 산악연맹 회장에게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자, 평소 가까이 지내던 후배 산악인에게 전화했다.

김 대장은 후배에게 "조난 당했다. 구조 요청한다. 밤을 새웠다"고 전했다. 후배는 김 대장에게 “무전기 배터리가 충분하냐”고 물었지만 김 대장은 “많이 춥다”는 말을 남긴 채 전화가 끊겼다. 이에 후배 산악인은 곧바로 히말라야 베이스캠프로 연락했고, 베이스 캠프 연락관이 현지 산악인들에게 구조 요청을 했다. 마침 캠프 4 근처에 있던 러시아 구조대원이 출동해 오전 11시쯤 김 대장을 발견했다. 당시 김 대장은 손을 흔들고 물을 받아 마실 정도로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조 작업은 성공하지 못했다. 광주시산악연맹 관계자는 “김 대장이 주마(등강기)를 타고 빙벽을 오르려던 중 로프가 끊겨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추락 방향은 중국령인 북쪽 능선으로, 깊이는 1,000m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구조원이 김 대장의 추락 사실을 알린 시간이 오후 1시 42분이었다.

외교부는 이날 주파키스탄 대사관과 주중국 대사관을 통해 양국에 수색 헬기 등 구조대 파견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열 손가락이 없는 김 대장은 김 대장은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했지만, 마지막 14좌인 브로드피크(해발 8,047m)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다 해발 7,600m 근처에서 크레바스에 빠져 조난당했다.

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