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한 행사에서 주한미군 비용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학교 운동장 라이벌'처럼 놀리는 말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기자인 캐럴 리어닉과 필립 러커는 20일(현지시간) 출간한 책 '나 홀로 고칠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의 재앙적 마지막 해'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재임 기간 내내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 자체를 경시해왔던 트럼프가 비공개 석상에서 관련 발언들을 서슴지 않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공화당 주지사들과의 만찬에서 한국과 주한미군 문제를 거론하며 "우리가 왜 그들을 방어해야 하나. 그들은 우리에게 충분히 돈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저자들은 "트럼프가 이 만찬에서 마치 학교 운동장 라이벌인 것처럼 문 대통령을 놀렸다"며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의 한국계 부인인) 유미 호건은 거의 눈물을 흘릴 뻔했고 자리를 뜰 생각도 했지만, 평정을 유지했으며 호건 부부는 자리를 지켰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 발언은 밝히지 않았다.
이후 호건 여사는 다음 주지사 행사에서 옆에 앉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에게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펜스의 부친과 관련 사의를 표한 뒤 "대통령과 얘기해야 한다. 그가 한국에 대해 하는 말을 들었느냐"고 물은 것이다. 하지만 당시 펜스는 "얼굴을 살짝 붉히고 고개를 저으며 화제를 전환했다"고 책은 밝혔다.
이 책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상황과 대선 운동, 대선 당일 분위기, 선거 불복 과정 등 트럼프 행정부 임기 마지막 해의 정치 난맥상과 관련된 일화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