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30만 접속 가능한 예약사이트 만들고 "대기는 정상"이라는 질병청

입력
2021.07.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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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모더나 백신 접종을 위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온라인 사이트의 '먹통' 현상이 반복됐다. 지난 19일 53~54세 대상자의 접속이 시작되자마자 먹통이 되더니 20일 50~52세 대상자 접속에서도 오류가 이어졌다. 예약자들 가운데 일부는 스스로 코딩 능력을 발휘, 우회 경로를 찾아낸 다음 이를 공유했다. 일반 예약자들은 이틀간 그저 속만 태워야 했다.

예약 인원 분산, 서버 증설 등 방역당국은 호들갑을 떨었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 와중에 단순한 시스템 오류조차 놓쳤다. 그런데 뾰족한 해결 방안은 없다. 다음 달 줄줄이 이어질 40대 이하(1,900만 명) 예약 때도 먹통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0만 명 처리 가능한데 600만 명 접속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19~20일 빚어진 53~54세 사전예약 혼란에 대해 “너무 많은 접속자가 쏠린 현상 때문에 교착 상태가 발생한 게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밀려오는 접속 시도들에 분산 대응하기 위해 19일 밤 서버를 4대에서 10대로 급히 늘렸지만, 접속 폭주를 처리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설명이다.

추진단에 따르면 12일 55~59세 사전예약 시작 직후 사이트 접속을 시도한 대기자는 100만~120만 명이다. 이후 14일 55~59세 예약 재개 땐 대기자가 더 늘어 300만~320만 명, 19일 53~54세 예약 개시 땐 600만 명에 달했다. 19일의 경우 한때는 1,000만 명이 동시에 접속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약 시스템이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접속자 수는 서버 증설 이후에도 30만 명 수준에 머물렀다.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53~54세 접종 대상자는 약 150만 명인데, 이보다 접속자가 훨씬 많은 이유도 추진단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추진단은 서버를 증설한 19일 오후 10시 이후 접속자 쏠림 현상이 어느 정도 지나가고 나서는 예약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론 자정 전후까지도 화면에 ‘접속 대기 중’이라고만 나온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추진단은 “접속하려는 사람이 다수일 경우 표출되는 화면으로, 정상적으로 동작한다는 의미”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결국 무작정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는 얘기다.

단순 코드 오류도…“긴급하게 개발한 탓”

20일 오전까지도 오류는 이어졌다. 예약 화면에 인적 사항을 기입했더니 ‘대상자가 아니다’라고 나왔다는 사례가 온라인에 속속 공유됐다. 원인은 시스템 소스 코드(컴퓨터 프로그램의 설계 파일)에서 날짜 계산이 잘못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사이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예약에 성공했다는 ‘꿀팁’이 공유되기도 했다. 먼저 예약된 사람의 휴대폰을 빌리거나, 휴대폰 설정을 비행기 모드로 바꾸거나, 키보드의 F12를 누르고 특정 컴퓨터 언어를 입력하면 예약이 가능하다는 식이었다.

추진단은 이 같은 우회 경로가 온라인에 떠돌아다닌 지 한참 지나서야 알아챘다. 정우진 추진단 시스템관리팀장은 “우회 경로 유형을 최대한 찾아서 조치 중”이라며 “긴급하게 개발했던 부분에 대해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다”고 오류를 인정했다.

50~52세 대상자 사전 예약이 시작된 20일 오후에는 예약 대기가 끝난 후 예약 화면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첫 화면으로 되돌아가는 오류가 발생했다. 온라인에 이용자들의 오류 지적이 이어지고 나서야 추진단은 "기능 오류가 발생해 긴급 조치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방대한 접속 건수를 다뤄야 하는 대규모 시스템인 만큼 민간 전문업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추진단은 개인정보가 사기업에 과도하게 노출될 우려가 있고, 사전예약 일정이 촉박하게 잡히기 때문에 외부 요청이 더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서버 증설만으로 접속자 쏠림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가 애초에 동작 수용을 어느 규모로 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지가 중요하다”며 “국세청 등 접속량이 많이 몰리는 다른 공공 서비스 시스템의 노하우를 배우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임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