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박근혜, 존경할 점 있다"... TK 표심에 '열렬' 구애

입력
2021.07.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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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아 몸을 한껏 낮췄다.

'검사 윤석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수사 등을 주도하며 정의로운 이미지로 떴다. 보수진영 대선후보가 되려 하는 윤 전 총장에게 그 과거는 '원죄'다. '정치인 윤석열'이 "검사로서의 윤석열은 탈피하고 잊어버리고 싶다"고 한 건 그래서다.

'박심'(박 전 대통령의 마음)의 인증을 받지 못하면 대구 표심을 얻을 수 없고, 대구를 잡지 못하면 보수 대표 주자가 될 수 없다. 이에 윤 전 총장은 박 전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박 전 대통령의 공(功)을 높이 평가했다. 과(過)는 말하지 않았다. 대구·경북(TK)의 '원픽'이 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존경할 점 있다"

윤 전 총장은 20일 대구 북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국가지도자로서 어려운 결단을 잘 내렸던 것은 맞다"며 "누구도 하지 못했던 공무원연금 개혁 등은 존중받을 결단이었다"고 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국민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문제를) 고민하고 처리해나간 부분은 존경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저 역시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을 안타까워하는 심정에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주도한 것을 TK 민심이 싸늘하게 보는 데 대해선 "검사로서의 숙명에 속하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대구 민심' 밀착하려다 무리수도

윤 전 총장은 TK 민심을 얻기 위한 전략적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2·28 민주의거 기념탑을 찾아서는 "대구는 민주화 운동이 시작된 진보적인 도시"라며 "대구에 기득권을 수호하는 보수는 없다"고 했다. 대구 민심의 중심지인 서문시장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의 손을 잡으며 "마음이 아프다"고 위로했다.

다소 '오버'한 장면도 있었다.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는 발언이 여권에서 나온 것을 거론하며 "철 없는 미친 소리"라고 과격하게 비판했다. "대구가 아니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지역감정을 자극하기도 했다.


尹, TK 맞춤 구애작전 나선 이유는?

윤 전 총장의 'TK 맞춤 구애'는 '집토끼'를 잡아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TK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은 검찰총장 퇴임 직후인 3월 4주 56.8%까지 뛰었으나, 이달 3주 조사에선 41.4%로 조정됐다. 2012년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TK 득표율이 80%를 웃돈 것을 감안하면, 윤 전 총장이 TK의 적자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다만 윤 전 총장은 지지율 위기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건 맞지만 거기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며 "일희일비하기보다 국민만 바라보고 일관된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