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엔지니어링 보증 업무 놓고 국토부-산업부 치열한 '밥그릇 싸움'

입력
2021.07.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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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 공제조합 업무 영역 지키려 대립
법률 개정안 따라 엎치락뒤치락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산하 공제조합들의 보증 업무 권한을 놓고 맞붙었다. 산업부 소관인 엔지니어링공제조합(엔공)이 건설 분야 보증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려 하자 국토부가 강력히 반대하고, 반대로 건설엔지니어링공제조합(건엔공)의 엔지니어링 분야 진출 법안에는 산업부가 펄쩍 뛰고 있다. 정작 보증 상품을 이용하는 건설업계는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바라본다.

산업부의 '엔공' 영역 확대 선공, 국토부 "안돼"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갈등의 발단은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대표발의한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일부개정안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에는 엔공의 보증 업무 범위를 엔지니어링이 포함된 제작·설치 및 공사로 넓히는 내용이 포함됐다. 엔공은 현재 시공 전후 단계인 설계와 감리 등 엔지니어링 활동에 대한 보증을 담당하지만 법이 개정되면 건설 공사 전반으로 업무 범위가 확대된다.

국토부와 건설공제조합(건공)은 즉각 반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건설 관련 법령은 시공의 전후 단계를 엔지니어링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시공까지 보증하게 해주면 기존 법령 체계와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또 "엔공의 건설 보증 업무 참여 시 대형 종합건설업체들이 보증 수수료가 낮은 엔공으로 이탈해 나머지 영세업체들의 수수료가 올라가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산업부와 엔공은 산업융복화 추세에 따라 건설사가 엔지니어링을 하고, 엔지니어링사가 건설도 하는 등 사업자 영역이 단일업종에서 복합업종으로 전환되고 있어 자율경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건공의 사업 범위도 엔지니어링,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등까지 확대돼 현행법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산업부는 대형 건설업체의 이탈로 영세업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시공능력 10위 이내 업체의 보증 수수료율은 엔공(0.217%)이 건공(0.12%)보다 높고, 100위권 업체의 수수료율은 엔공(0.163%)이 건공(0.259%)보다 오히려 낮다는 설명이다.

국토부의 '건엔공' 영역 확대 반격, 산업부 "안돼"

최근엔 공수가 뒤바뀌었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 이달 1일 건설기술진흥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다. 개정안에는 건엔공 업무 범위를 건설사업관리(감리)에서 설계 등 건설엔지니어링 전반으로 확대하고, 건설엔지니어링 보증·공제를 취급하려면 국토부의 지도·감독을 받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엔지니어링 범위가 시공 전후 단계인데, 현재는 기본적인 감리만 하고 있다”며 “범위를 전반적으로 넓혀 자율경쟁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영역 침범을 이유로 엔공의 업무 확대를 반대하더니 이제는 엔공의 독점 문제를 거론하며 경쟁을 내세우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업계는 국토부와 산업부 간 입장 차가 뚜렷해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부터 부처 간 공제조합 업무조정 회의를 7회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보증 받을 곳이 많을수록 수수료를 비교해보고 선택할 수 있어 좋다”면서 “서로 자기 시장을 뺏길 것 같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데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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