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넥스트 BTS?"...하이브와 '세계화', 그리고 우려

입력
2021.07.20 17:16

그룹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 하이브(HYBE)가 방시혁 대표 체제에서 박지원 대표 체제로 구조를 바꾼지 약 20일이 지났다. 그 사이 소속 대표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은 신곡 'Permission to Dance'로 성공적인 컴백을 했으며, 이를 통해 20일(한국시간)에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 1위 자체 배턴 터치에도 성공했다. 또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가 운영 중인 통합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에 YG의 대표 아티스트인 블랙핑크가 합류를 알리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었다.

지난해 5월 하이브에 합류한 뒤 HQ CEO로서 조직 전반의 체계화를 이루며 하이브의 빠른 성장세를 이끌어온 박지원이 새 대표이사로 선임된 만큼, 대표이사 변경 후에도 큰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번 조직 재편을 통해 '방시혁 수장' 체제를 벗어난 하이브를 향한 K팝 팬들의 우려섞인 시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일 하이브의 신임 대표 이사 선임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외 가요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를 통해 박지원 전 HQ CEO가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방시혁 의장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직에 집중해 하이브 내 핵심 사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됐다. 또 본인의 전문 영역인 음악 프로듀서로서의 역할 역시 병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박지원이 하이브의 새 대표이사로 선임됨과 함께 한·미·일 주요 거점별 CEO 체제도 도입됐다. 이는 최고 경영리더들의 전방위 배치를 통해 글로벌라이제이션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로, 미국 지역 본사인 하이브 아메리카는 윤석준 CEO와 스쿠터 브라운 CEO가 각각의 체제로 운영하며 신설된 하이브 재팬은 한현록 신임 CEO가 맡게 됐다.

이같은 구조 변경에 대해 하이브는 "이번 리더십 정비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하이브의 중장기 사업전략 실현을 위해 리더십부터 전면적 체제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투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하이브가 공식화한 '세계화'에 대한 목표는 앞서 이들이 걸어온 행보와도 맞닿아있다. 하이브(구 빅히트)는 앞서 유니버설뮤직그룹(이하 유니버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글로벌 아티스트 프로젝트 론칭을 알린 바 있다. 내년 글로벌 오디션 방송을 통해 방탄소년단의 뒤를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할 K팝 보이 그룹 멤버를 발굴, 데뷔시키겠다는 것이 골자다. 또 지난 4월에는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 유명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음반 제작과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 종합 미디어 기업 이타카 홀딩스의 지분을 100%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내 새 패러다임 탄생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 '21세기 비틀즈'로 평가받으며 완벽한 주류로 자리매김한 방탄소년단을 성공시킨 바 있는 하이브와, 완벽한 현지화 전략을 도울 글로벌 기업들의 협업은 충분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와 지금의 위치까지 함께 걸어온 K팝 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 역시 여기서 출발한다.

방탄소년단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그간 빅히트뮤직 소속으로 데뷔한 보이그룹의 경우 타 아이돌 그룹들과 달리 '한국인 멤버'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했다는 것이 독특한 특징이었다.(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휴닝카이의 경우 미국 국적의 한-미 혼혈 멤버이지만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한국에 거주했다.) 다수의 아이돌 그룹들이 향후 해외 활동을 염두에 두고 일본·중국을 비롯해 외국인 멤버들을 다수 영입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선택이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성공 속 이는 빅히트만의 강점이 됐다. 아티스트의 성공을 통해 그간 미국 시장에서 비주류로 여겨지던 K팝 문화를 주류 문화로 이끈 것은 물론, K-컬쳐 자체에 대한 긍정적 인식 변화까지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위선양의 아이콘'이 된 것이다.

그러나 국내 대중음악사는 물론 전 세계 음악사를 뒤집은 방탄소년단의 역대급 성공 속 빅히트는 '하이브'로 몸집을 불리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더 큰 도전을 꾀했고, 자연스럽게 '세계화'를 향한 움직임도 시작됐다. 이러한 상황 속 빅히트의 성장과 하이브의 사세 확장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봐왔던 일부 팬들은 하이브의 구조 변경 속 '한국인 멤버 고수'라는 기존의 방식이 깨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K-문화의 성공 방정식을 직접 실현했던 빅히트가 '세계화' 과정 속에서 고유의 강점과 색깔을 잃진 않을까 하는 걱정의 목소리다. 특히 이같은 우려는 앞서 빅히트를 이끌며 '중국인 멤버 제외' '한국인 멤버 고수' 등의 철학을 내비쳐왔던 방시혁 대표의 부재와 맞물려 더욱 커졌다.

물론 아직까지 하이브가 추구하는 '세계화' 전략의 방향성은 어떤 것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팬들의 우려처럼 실제 하이브가 '세계화' 전략 실현을 위해 외국인 멤버들의 영입이라는 파격적인 진로 변경을 알릴지는 미지수다. 또 방시혁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이사회 의장직에 집중하며 하이브의 핵심 사업 의사결정에는 여전히 참여한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갑작스러운 변화를 단행할 가능성 역시 높게 점치긴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 가장 큰 우려를 나타내는 '중국인 멤버' 영입의 경우, 적어도 빅히트 뮤직 내에서의 실현 가능성은 더욱 낮아보인다. 현재 하이브가 '거점 사업지역'으로 꼽은 국가는 한·미·일 3국이다.

방시혁 의장은 앞서 이타카 홀딩스의 지분 인수를 발표하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협업'을 선보이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새 패러다임 제시를 위한 세계화의 전략이 단순한 '외국인 멤버의 영입'이 아닌 K팝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는 혁신적인 '무언가'이길 바라본다.

홍혜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