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청춘은 뜨거운 여름이에요."
배우 강민아가 청춘답게 많은 고민을 거치며 조금씩 단단해진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19일 강민아는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며 KBS2 월화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멀푸봄')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 작품은 낭만이 사라진 캠퍼스에서도 사랑과 우정 등 따뜻한 감정들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20대들의 '연대'를 담아 안방극장에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특히 기존 캠퍼스 드라마와는 달리, 각박한 세상 속 대학생들의 고군분투기를 담아낸다는 차별성을 갖기도 했다. 극중 강민아는 고된 현실 앞에 무력해지는 '노력파 대학생' 김소빈의 안타까운 좌절을 담아냈다.
먼저 강민아는 "촬영이 끝난 지 한 달 정도 됐다. 방송이 다 끝나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 잘 마무리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당연히 제작자와 출연진으로서 흥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지만 사실 저는 수치보다 장면에 대해 신경 쓴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대로)방송에 잘 나오면 시청률이 저조하더라고 기분은 좋다. 시청률이 좋더라도 그 장면에 만족하지 못하면 잠이 안 온다.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드라마를 봐 준 분들이 많이 재밌어 해주셔서 슬프지 않았다"고 말했다.
"극중 캐릭터와 싱크로율은 0%"
강민아가 밝힌 캐릭터에 대한 소회도 남달랐다. 그는 "그간 소화한 캐릭터들이 다 느낌이 달랐다. 대게 밝거나 못됐거나, 강렬한 인물을 많이 만났다. 반면 이번 역할은 굉장히 평범하고 조용하다. 대놓고 깜찍하진 않았다. 새로운 연기 도전에 기억이 남을 것 같다"면서 "실제 성격과 캐릭터 간 싱크로율은 0%다. 저는 낯도 안 가리고 외향적인 성격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면 필터 없이 다 말해야 한다. 말한 다음에 생각하는 점을 고쳐야 한다. 소빈은 저와 다르다. 똑같은 부분을 찾아 연기하면 쉬웠겠지만 저와 닮은 점이 하나도 없어 어려웠다. 그래도 완전히 나와 다른 인물을 연기하며 재밌다고 생각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역으로 데뷔한 강민아는 2013년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장옥정(김태희)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선암여고 탐정단' '메모리스트', 영화 '박화영' 등을 통해 존재감을 나타냈다.
낭만이 사라진 캠퍼스에서도 사랑과 우정 등 따뜻한 감정들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20대들의 '연대'가 안방극장에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특히 기존 캠퍼스 드라마와는 달리, 각박한 세상 속 대학생들의 고군분투기를 담아낸다는 점이 차별성을 갖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엔 걱정 없어 보이는 청춘들이지만 저마다 학점, 월세, 취업, 연애와 인간관계 등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고민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형성했다.
소빈 역할을 성공적으로 소화한 강민아는 겸손한 태도로 "아무래도 나이대가 소빈이가 맞고 20대 청춘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저를 뽑아주셨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보는 분들이 답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심한 연기를 시청자들이 보면서 답답하지 않게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 어느 선까지 잡아야 답답하지 않을지 선을 잡아가는 게 중요했다. 또 현실적으로 보여지기 위해 편한 스타일링을 강조했다. 대학생이 따라 입어도 될 정도로 평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또래 배우들이 만난 만큼 촬영장에는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강민아는 "드라마 팬들이 메이킹을 많이 좋아해주셨다. 실제로도 메이킹처럼 시끄럽고 매일 장난친다. 서로 우쭈쭈하면서 촬영했다. 제가 제일 누나였는데 선배다운 모습을 보이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만만한 누나가 됐다.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는 저였다. 제가 원래도 밝은 성격이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작품 초반, 박지훈 배인혁 모두 낯을 가리길래 내가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먼저 말을 걸었다. 메이킹 보면 제가 제일 많이 웃고 있더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지훈과 키스신, 눈물 때문에 NG 많이 나"
함께 호흡한 배인혁에 대해 "또래지만 이번 드라마로 처음 만났다. 다 같이 만났을 때는 조용하고 무뚝뚝하다고 생각했다. 낯을 많이 가린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밝고 털털했다. 연기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친구여서 대본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1살 차이지만 맞먹는다. 가능성이 많은 배우다. 목소리도 좋고 타고난 게 많은 친구다. 이어지는 상대역으로 한 번 만나자는 이야기를 했다. 나이가 비슷하니 언젠가 다른 현장에서도 만나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박지훈에 대해 "마주 보고 있으면 감정이입이 잘 되는 눈을 갖고 있다. 촉촉하고 서사가 담긴 눈이다. 집중하려 하지 않아도 집중이 되는 상대 배우다. 덕분에 연기가 잘 나오고 수월했다. 친하다 보니까 서로 리허설할 때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대화가 잘 통했다. 그런 점에서 좋은 호흡이 나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지훈과의 키스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유달리 NG가 났다는 후문에 대해 강민아는 "저는 감정 신으로 생각해 눈물이 났지만 감독님이 우는 것까진 원하지 않아 열심히 참았다. 저도 박지훈도, 상대방이 울면 같이 운다. 서로 그렁 그렁하다가 눈물을 참지 못했다. 감독이 울면 안 된다고 했는데 울어서 NG가 났다. 서로를 탓했다. 둘 다 울보여서 울음을 못 참았던 기억이 난다"면서 "다른 장면에서도 저만 울어야 하는데 박지훈이 카메라 밖에서 울고 있었다. 촬영 끝나고 물어보니 자기도 울고 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난다고 했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드라마 첫 주연, 압박감과 부담감에 걱정"
강민아는 인터뷰 내내 밝은 모습으로 임했지만 사뭇 진지한 태도로 주연에 대한 책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 첫 주연을 맡았다. 현장에서 연기할 때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 마음가짐부터 많이 다르더라. 주인공을 연기할 때는 이런 것까지 배워야 한다는 걸 느꼈다. 사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압박감이 있었다. 부담이 되기도 하고 걱정도 들었다. 주변에서 많이 조언을 해줬다. 계속 생각하니 오히려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이 잘 되면 내가 잘 해서 된 게 아니다. 드라마는 모두가 만드는 것이다. 저는 드라마의 일부분일 뿐이다. 압박감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고백했다.
'멀푸봄'은 다 같이 완벽하게 행복해기보다 함께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았다. 보는 이들에게 동질감을 자아내는 것이 연출적 의도다. 강민아 역시 극중 많은 인물들처럼 고민이 많은 청춘이다. 강민아는 "너무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지금도 너무 즐기고 있지만 집에서 컨디션 관리만 한다. 그동안 너무 연기 중점으로 살았다. 어느 순간 연기를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삶의 이유가 없는 건가 싶더라. 연기자가 아니어도 강민아는 강민아다. 모든 생각의 초점을 배우로만 살았다. 요즘은 배우는 직업일 뿐, 나는 나라고 생각하려 한다. 너무 오랫동안, 제 인생의 절반 이상을 그렇게 생각하니 직업과 저의 일상이 분리가 잘 안 된다"고 최근 갖게 된 고민을 밝혔다.
"제 20대는 굉장히 폭풍 같았어요. 외부 환경이나 요인으로 많이 흔들렸지만 이제는 '될 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살아가죠. 20살부터 25살까지 작품 활동을 많이 했지만 연기 외적인 일이 많았고요. 그래도 지금 25살, 올해는 안정기에 접어든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직업적인 고민도 하게 됐어요. 모두 제게 필요한 일이기에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20대는 연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연기는 쉬지 않고 쭉 하고 싶고 딱히 나이에 연연하지 않아요. 제 청춘은 '여름'이에요. 가끔 팬들이 제가 나왔던 작품을 엮어서 영상으로 만들어준 것을 보면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열심히 살았더라고요. 열심히 땀 흘리며 살았다는 생각에 아직 뜨거운 '여름'인 것 같습니다."
강민아가 꼽은 자신의 강점은 '긍정적인 성격'이다. 너무 천하태평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밝고 낙천적인 편이라는 설명이 전해졌다. 목표 역시 뚜렷하고 명쾌했다. 그는 "올해 목표는 소처럼 일하는 것이다. 운 좋게도 상반기에는 쉬지 않고 일을 했다. 하반기에도 그렇게 하고 싶다. 좋은 작품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자신 있게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