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반기문도 한 달이 '골든타임'... 정치 4주차 윤석열의 '위기'

입력
2021.07.20 08:40
6면


정치 데뷔 4주차에 접어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은 정체돼 있다. ①소통 ②세력 ③콘텐츠가 부족한 행보로 실점을 하고 있어서다.

윤 전 총장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윤 전 총장처럼 제3지대에서 대권에 도전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례를 보면, 대선 출마선언 이후 한 달이 '골든 타임'이었다.

①'소통'이 불안하다

19일 '윤석열 대선 캠프'에는 작은 소란이 있었다. 윤 전 총장이 일본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단을 환송하려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고 공개했다가, 약 두 시간 만에 "사실이 아니다"고 번복했다.

윤 전 총장 캠프 안에서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캠프 관계자들은 전날 윤 전 총장의 개인 일정을 '통보'받았지만, 19일 오전 윤 전 총장의 실제 동선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윤 전 총장의 '만기친람 스타일'이 문제로 지적된다. 거의 모든 것을 본인이 직접 결정하다 보니 '작은 구멍'이 생긴다는 얘기다.

법조인 출신 국민의힘 의원은 "검사에겐 일방통행식 소통이 일상적일지 몰라도 정치인은 열린 소통과 결정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며 "윤 전 총장이 아직 '서초동 스타일'을 벗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②'세력'이 아직 없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에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제3지대에서 세력을 구축한 후 보수 야권의 최종 대선 후보가 되는 게 그의 구상이다.

'윤석열의 정치 철학'을 함께하는 정치 세력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각종 포럼과 모임을 앞다퉈 공개하며 세 과시를 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야권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려 해도 의원 10명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느냐"며 "대선주자가 강력한 지지 기반을 빠르게 만들지 못하면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의 측근은 "기성 정치에 물들지 않는 '새 정치'를 위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것"이라며 "조만간 윤 전 총장의 자문 그룹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③'콘텐츠'가 미궁이다

'윤석열의 시간표'는 명확하다. 1, 2달 동안 국민의 어려움을 듣는 경청 행보를 한 뒤 '윤석열표 비전과 공약'을 내놓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요즘 행보를 보면, 시간표가 다소 엉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바로잡겠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치를 강조하더니, 정부의 시장 개입 강화를 강조하는 진보 진영 부동산 전문가(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를 만난 것이 단적인 장면이다. 윤 전 총장의 메시지엔 무엇보다 구체성과 방향성이 빠져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전문가들이 자문을 하며 구체적인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며 "윤 전 총장이 중심을 잡고 공약과 비전을 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선이 약 8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윤 전 총장이 미래 비전을 제시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