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정치범 교도소는 '코로나 지옥'… "민주세력, 깜깜이 사망 우려"

입력
2021.07.19 17:00
군부, 재소자 확진 폭증 속 외부 단절 강화 
사망자 즉시 화장.. 고문사 여부 확인 안돼

미얀마 민주진영 인사들이 대거 수감된 교도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무방비로 방치되고 있다. 쿠데타 세력인 군부는 비상 방역은커녕, 외부와의 철저한 단절에만 집중하고 있다. 마치 이들의 죽음을 바라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민주화 신념으로 버텨 왔던 미얀마 민주 인사들은 이제 의료진 도움 없이 차디찬 감방 안에서 홀로 바이러스와도 싸워야 하는 처지다.

19일 미얀마 정치범 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기준 최소 6,786명의 반군부 활동가들이 수감돼 있는 전국의 교도소는 최근 외부 인물과의 접촉을 전면 차단했다. 이달 초 40여 명의 재소자 확진 여파로 교도소 내 임시 재판소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변호사나 가족 등과의 면회도 불허하고 나선 것이다. 나아가 군부는 군병원 등의 방역 물자 부족을 이유로 들어 기초 의료용품의 교도소 반입마저 통제하기 시작했다.

고립된 교도소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예컨대 민주진영 핵심 인사들이 대거 갇혀 있는 인세인 교도소엔 이미 수용인원의 2.6배인 1만3,000여 명이 수감된 상태다. 당연히 재소자 간 최소 거리 유지는 불가능하다. 코로나19 검사는 물론, 치료도 전무하다. 쿠데타 이후 현지에서 처음으로 구속된 외국인 숀 터넬(호주 국적) 미얀마개발연구원 원장의 부인은 "델타 변이가 인세인을 휩쓸고 있어 남편과 재소자 모두 엄청난 위험에 처해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죽음의 공포로 가득한 교도소에선 실제 사인을 알 수 없는 사망이 잇따르고 있다. AAPP는 최근 열흘 동안 50명 이상의 민주 인사들이 교도소 안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재소자의 가족은 "교도소 내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의료진은 고사하고 장례업자들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교도소 측이 시신을 즉시 화장하는 바람에 고문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인지, 전염병에 감염된 것인지 확인할 방법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교도소 바깥 세상도 지옥과 다름없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선 주말 동안 최소 1,000여 명의 시민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양곤의 화장 시설엔 평소의 20배에 달하는 700여 구의 시신이 몰렸다. 전국 대부분의 공동묘지는 거의 포화 상태다. 시민 불복종 운동(CDM)에 참여 중인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코로나19 응급조치를 위해 시민들 집을 방문하고 있으나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 탓에 역부족이다.

군부는 여전히 방역 실패 책임을 민주 세력에 떠넘기고 있다.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전날 코로나19 방역회의에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폭동분자(민주세력)의 위협 때문에 활동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 출동 중인 구급차를 멈춰 세운 뒤 의료진과 봉사자들을 구타하고 체포했던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흘라잉 사령관은 "국민들이 (민주세력에 속지 않고) 협조만 하면 감염 사태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공허한 말만 반복했다. 이날 현재 미얀마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2만9,521명, 사망자는 5,000명에 달한다. 이조차 최소치에 가까운 통계들인데, 모두 쿠데타 이후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