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식어버린 열기 탓에 멀게만 느껴졌던 올림픽이 비행기 착륙 소리와 함께 현실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단 본진을 실은 대한항공 KE703편은 오전 11시 15분 인천을 출발해 오후 1시 25분쯤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멈춘 뒤 습관처럼 일어나 짐을 꺼내려 하자 한 일본인 남성이 비행기로 들어와 "올림픽 관계자들은 기다려 달라"며 제재했다. 그때부터 기다림과의 싸움이었다.
선수단과 대한체육회 관계자, 그리고 기자들은 일반 승객들의 하차를 기다린 뒤 30분쯤 후 비행기 밖을 나설수 있었다. “웰컴 투 재팬” 비행기 밖에는 마스크와 방역복을 입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직원들이 환영 인사를 건넸다. 공항 출입로에는 간이 의자가 2열로 길게 놓여 있었다. 안내에 따라 감독과 선수들, 기자들이 줄지어 앉아 마냥 기다렸다. 질문이나 답변 없이 선수와 기자들이 줄지어 앉아 있는 풍경이 낯설었다.
1시간 넘게 대기한 끝에 방역 절차가 시작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금요일에는 다른 나라 비행기도 많이 들어와 3시간 대기했다. 오늘은 다행히 외국 비행기가 별로 없다”고 했다. 이미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출국 96시간 전, 72시간 전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 검사를 받았지만 다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한국처럼 면봉을 이용한 검사가 아니라 침을 모아 내는 타액 검사였다. 1.5ml 눈금까지 침을 뱉어 오라며 깔때기와 작은 플라스틱 통을 줬다. 옆 사람을 서로 볼 수 없게 간이 칸막이만 해 둔 검사실에는 매실 절임과 레몬 사진이 붙어 있었다. 침이 나오지 않으면 신 음식을 떠올려 보라는 것이었다. 침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금세 검사실을 나서는 이들도 있었지만 몇 분간 서성이는 사람도 보였다.
지루한 서류 작업도 이어졌다. 조직위 직원들은 여권과 올림픽 ID카드, 코로나 음성 확인서, 건강확인서, 그리고 오차(OCHA) 앱을 준비시켰다. 오차는 올림픽 관계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조직위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이다. 여권번호, 출입국 시간, 숙소 정보, 건강 정보, 방문 계획 등을 수차례 입력하고 일본 정부에 ‘활동계획서’ 승인을 받아야 활성화된다. 출국 전 "파이팅"을 외쳤던 선수들의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코로나 간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올림픽 AD(Accreditation)카드를 수령한 뒤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까지 4시간 넘게 걸렸다. 그나마 선수단은 좀더 빠른 순번으로 기자들 보다는 일찍 공항을 나설 수 있었다. 이후에도 자유의 몸이 아니다. 앞으로 3일간은 숙소에서 나올 수 없다. 동선은 GPS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감시받는다. 도쿄에 도착한 첫날, 우리는 방역과 먼저 싸워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