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최근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증산 협상에서 벼랑 끝 전술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건 오랫동안 국가적 차원에서 탈석유 시대를 미리 준비해왔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OPEC+는 지난 1일 회의를 열고 8월부터 감산량을 매달 40만 배럴씩 더 줄여 증산을 도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UAE가 반기를 들었다. 지난해 5월 하루 1,000만 배럴 감산으로 시작된 OPEC+의 공조는 각국의 생산량 기준에서 일정 비율을 줄이는 식인데, UAE는 자국의 기준이 너무 낮게 설정돼 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그동안 원유 생산설비를 증설한 만큼 생산량 기준도 기존 320만 배럴이 아닌 380만 배럴로 상향 조정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심지어 UAE는 OPEC+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배수진을 쳤다. OPEC+는 만장일치 합의가 원칙이라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협상이 결렬된다. 협상이 깨지면 OPEC+가 고유가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해진다. 각국이 증산 경쟁에 돌입할 게 불 보듯 뻔하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가 한발 물러서며 18일 전격 합의가 이뤄졌다. UAE의 생산량 기준을 350만 배럴로 높여 주기로 한 것이다. 자연스레 UAE는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이 핵협상에서 곧잘 활용해온 벼랑 끝 전술을 UAE가 펼 수 있었던 건 선구안과 철저한 준비가 밑바탕이 됐다. 다른 산유국이 국가 경제에서 원유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는 반면, UAE는 이를 이미 30%까지 줄인 상태다. 대신 관광과 문화 사업 등을 석유 이후의 먹거리로 정해 두바이 등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아랍 국가 중 최초로 화성탐사선 ‘아말’을 발사했고, 사우디의 반대에도 이스라엘과 수교도 했다. 여기에 향후 5년간 220억 달러를 들여 미디어, 게임, 음악, 건축, 예술 등도 본격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한데, 증산을 수단으로 선택한 셈이다. 일찌감치 우리나라에서 원전을 도입한 것도 이런 탈석유 정책의 일환이었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비하면 20분의 1도 안 되는 면적의 UAE가 미래를 내다본 국가 전략과 철저한 준비 아래 제 목소리를 내는 외교 전략으로 당당히 국익을 지킨 건 우리도 참조할 만한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