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나 소주는 가라"...철 모르는 '와인', 비수기 여름에도 매출 쑥쑥

입력
2021.07.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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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집콕…'와인의 계절=겨울' 공식 깨졌다
편의점 4사, 상반기 와인 매출 성장세 185.5%
거리두기 4단계로 가속도…하반기도 불티날 듯

겨울철 시즌상품이었던 와인이 '철 모르는 주류'로 거듭나고 있다.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매출이 급증하면서다. 와인을 소주만큼 일상적인 주류로 만든 공신은 다름 아닌 편의점 업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반화된 '홈술' 문화에 맞춤형 와인으로 선보인 1만 원 이하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가져온 변화다.

소주·맥주보다 가파른 성장세


18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주요 편의점 4사의 1분기 와인 매출 신장률은 CU 179.9%, GS25 161.9%, 세븐일레븐 220.8%, 이마트24 179.4%로 평균 185.5% 성장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부터 편의점 주류 매출이 크게 뛰었는데, 30~40% 오른 소주와 맥주에 비해 와인의 성장세가 눈에 띄면서다. 특히 초여름이던 지난달 편의점 4사의 와인 매출 신장률은 모두 2배가량 증가, 비수기에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와인은 연말연시 파티 분위기에서 즐겼던 '어려운 고급 주류'였지만, 최근 편의점에 가성비 제품이 쏟아지면서 아무때나 즐기는 친근한 술이 됐다"고 말했다.

와인을 비수기의 히트상품으로 탈바꿈시킨 배경엔 마진을 포기한 편의점 업계의 마케팅 전략이 자리했다. 지난해부터 와인수입업체와 가격 경쟁에 들어간 편의점 업계는 유통 구조상 포함됐던 가격 거품을 빼고 각종 할인 프로모션으로 소비자와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전략은 주효했고 와인의 유통 분위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요가 늘면서 와인수입업체엔 편의점이 백화점 못지않은 주요 판매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와인수입업체가 좋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조건을 더 맞춰주는 식으로 적극성을 띠면서 할인폭이 커졌다"며 "협업으로 단독 상품을 출시하는 등 편의점 채널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접근성을 높인 판매채널 다각화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7월 GS25의 '와인25플러스'를 시작으로 CU의 '와인샵' 등 비대면 소비 흐름에 따라 선보인 온·오프라인 연계(O2O) 기반의 '와인픽업서비스'가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매장 진열 방식도 계산대 뒤에 구색 맞추기 식으로 놓여 있던 수준에서 벗어나 눈에 띄는 메인 진열대에 놓고 와인을 주요 상품군으로 전진 배치했다.


4단계 후 매출 더 늘었다…하반기도 '와인 전쟁'은 계속

업계에선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기점으로 올 하반기 와인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12일부터 15일까지 GS25는 전주 동기간 대비 와인 매출이 31.8% 신장했고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도 20%가량 매출이 신장했다. 최근 유흥시장이 위축되면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업계도 와인사업에 주목, 하반기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편의점들은 올여름 맥주처럼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청량감 있는 스파클링 와인이나 상큼한 과일향의 화이트 와인 제품군을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와인 거품이 점점 더 빠지면서 가성비 경쟁은 더 과열될 것으로 보인다"며 "와인 라인업을 확대하고 이벤트 와인 출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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