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보호소에 들어오는 유실∙유기동물에게 주어진 기간은 열흘입니다. 동물보호법 제20조 1호에 따르면 지자체가 공고한 날부터 10일이 지나도 동물의 소유자 등을 알 수 없는 경우 동물의 소유권은 지자체에 넘어오게 됩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지난해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호소에 들어온 유실·유기동물 가운데 보호자를 찾아간 비율은 11.4%에 그칩니다. 10마리 중 1마리에 불과하다는 거고요. 새 가족을 만나는 비율은 29.6%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절반 이상의 동물은 어떻게 될까요. 보호소 내에서 자연사(25.1%)하거나 안락사(20.8%)를 당하게 됩니다.
보호소에 들어온 유실∙유기 동물 가운데서도 입양 기회가 똑같이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된 유실·유기 동물 공고 57만324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품종견(믹스견)의 경우 품종견보다 자연사, 안락사 비율이 높고 입양률은 낮았죠. 또 보호소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구조한 시점, 건강 상태, 성격 등이 안락사 대상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사납거나 사람에게 공격적인 성격의 경우 보호소 내에서는 따로 교육을 할 환경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새 가정을 만날 기회는 떨어집니다. 비글 '두기'(7세 추정∙암컷)의 경우도 보호소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습니다. 사나운 성격에 봉사자들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는데요, 철창문 열기조차 어려웠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여기에 11㎏에 달하는 덩치에 다른 비글과 다른 짧은 다리의 외모로 인해 두기의 입양 가능성은 더 낮아 보였습니다.
두기도 한 가족의 반려견이었습니다. 2016년 10월 경기 안양시에서 구조 당시 2세 정도의 강아지였고, 빨간 목줄을 하고 있었죠. 두기의 '까칠한' 성격 때문에 버려진 건지 아니면 낯선 환경이 두기의 성격을 변화시킨 것인지 모르지만 이대로라면 안락사 명단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두기의 소식을 들은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가 두기를 구조했습니다. 지자체 보호소 비글 구조활동에 나섰던 비구협은 당시 안락사 위기에 처한 두기 이외에 여덟 마리의 비글을 구조했는데 전부 새 가족을 만났고 지금은 두기만이 홀로 쉼터에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두기가 쉼터에 들어온 지 4년 9개월, 쉼터에서 두 번째로 가장 오래 머물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쉼터에서 지내면서 두기의 성격도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사람을 피해 도망 다니고 약을 먹이려는 활동가들을 물기도 했는데요, 활동가와 봉사자들이 본인을 해치지 않고 챙겨주는 것을 알게 되면서인지 이제는 사람을 잘 따르고 사람의 손길도 좋아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낯선 사람에게는 경계심이 있다고 해요. 이 때문에 5년 가까이 지낸 쉼터와 이곳에서 만난 활동가들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라 쉼터를 벗어나면 예민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다만 익숙한 사람에게는 애교가 넘치고 다른 개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성격이기 때문에 두기가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면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활동가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주희 비구협 입양팀장은 "낯선 사람과 환경에는 조심성이 많아 처음부터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 수 있지만 안정되고 적응되면 분명 잘 지낼 수 있는 성격이다"라며 "두기가 올해는 꼭 평생 가족을 만났으면 한다"고 말합니다.
▶입양 문의: 비글구조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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