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국가 쿠바에서 이번엔 친(親)정부 시위대의 “반미(反美)” 구호가 거리를 뒤덮었다. 최근 수십 년 만에 발생한 반정부 시위에 대한 ‘맞불’ 성격 집회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쿠바 수도 아바나의 해변 도로에서 열린 ‘혁명 지지’ 시위에 시민 수천 명이 운집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엔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평의회 의장인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뿐 아니라, 올해 4월 권좌에서 물러난 라울 카스트로 전 총서기도 참석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쿠바 국기와 ‘혁명 주역’ 피델ㆍ라울 카스트로 형제의 사진을 흔들며 환호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쿠바의 적이 시민의 신성한 단결과 평온을 파괴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반정부 시위를 비난하고 ‘혁명 정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봉쇄, 공격, 테러를 다시 한번 규탄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며 미국의 금수조치를 겨냥했다. 이날 집회는 11, 12일 아바나와 제2도시 산티아고 등 전국 도시 40여 곳에서 발생한 이례적인 반정부 시위를 제압하고 정국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쿠바 정부가 조직했다.
쿠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관광산업 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의 제재 여파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11%나 하락했을 만큼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생필품 부족과 정전 사태 등 생활고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자 참다 못한 시민들은 결국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정부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1994년 대규모 쿠바 탈출 사태 이후 가장 큰 반정부 대중 시위였다. 인권단체 쿠바렉스는 최근까지 시위 참가자 450명이 구금됐고 그중 일부만 석방됐다고 밝혔다. 이날 친정부 집회에서도 반정부 구호를 외친 한 시민이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