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면서 새로운 가치와 즐거움을 발견하는 일이 일종의 대세가 될 것입니다."
김범주(사진) 유니티코리아 본부장은 18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메타버스 도입으로 파생될 일상생활에서의 변화를 이렇게 단언했다. 무궁무진한 잠재성장성은 메타버스의 대중화 길을 더 빠르게 재촉할 것이란 게 그의 판단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유니티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3차원(3D) 그래픽 개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 상위 1,000개 모바일 게임 중 71%가 유니티로 제작됐고, 매출 기준 상위 100대 스튜디오 중 94곳이 유니티를 쓰고 있을 정도다. 3D 콘텐츠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국내 대표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나 세계적으로 흥행한 아동용 콘텐츠 '핑크퐁'에도 활용됐다. 유니티는 '로블록스'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메타버스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김 본부장은 기술 진화에 따라 메타버스가 관심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봤다. 그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여러 기업들은 실시간 3D, 증강·가상현실(AR·VR) 등의 기술을 영화나 제품 디자인 및 생산 자동화, 건물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나가고 있었다"며 "특히 팬데믹 상황은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더욱 일깨워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MZ세대(199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들의 부상도 메타버스 열풍에 일조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김 본부장은 "게임으로 세상을 배운 MZ세대들은 현실 세계에서 때로는 자기의 행동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할 때 실망감을 느낄 수 있다"면서 "이들에게 메타버스 공간에서 입을 수 있고 자랑할 수 있는 가상 아이템들은 현실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메타버스의 무제한적인 활용범위도 주목했다. 그는 "기존 인터넷 서비스에서 수집할 수 있는 이용자 정보들이 텍스트나 버튼 등의 단순화된 기호적 수준에 머물렀다면 메타버스에서는 사람의 신체나 운동데이터까지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방향에 따라선 큰 파급력을 지닐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페이스북은 VR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 사용자들로부터 신체적 특성, 활동 데이터, 플레이하는 집 안 공간에 대한 데이터까지 수집할 수 있는 약관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공상과학(SF)영화 처럼 메타버스 세계가 현실을 대체하는 날이 올까? 김 본부장은 이런 우려에 대해 "메타버스 서비스가 오히려 현실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메타버스는 현실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주거나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공간컴퓨팅(현실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컴퓨터를 쓰는 경험)의 장을 마련해 주기 때문에 현실과 대척되는 경험으로 보긴 어렵다"며 "타인과의 피드백을 통해 공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야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