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 없었다... 베트남, 한국 교민 코로나로 숨지자 일방적 화장 진행

입력
2021.07.17 19:28
사망 통보 절차도 무시... 가족 모두 한국에
韓정부는 무대응… '대혼란' 교민 탈출 조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기 속에 살던 베트남 거주 한국 교민이 사망 후 유족 확인도 없이 화장됐다. '신남방정책의 교두보', '베트남은 한국의 또 다른 경제 영토'라 수없이 부르짖던 한국 중앙정부는 비보 이후에도 공식 입장 표명이 아직 없다. "얼마나 더 버텨야 합니까." 17만 주베트남 한국 교민들은 지옥 속에서 여전히 모국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17일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과 교민 사회에 따르면, 호찌민 쩌라이 병원에 격리 치료 중이던 한국 교민 A(58)씨는 15일 코로나19 합병증 의심으로 사망했다. 문제는 현지 보건당국이 A씨 사망 이후 통상의 외국인 사망 통보 절차를 무시하고 그의 시신을 전날 일방적으로 화장하면서 불거졌다. 자국민들 역시 코로나19로 사망하면 하루 안에 화장하는 게 원칙이라는 이유였다.

취재 결과, 베트남 측은 한국인임을 인지했음에도 호찌민 총영사관과 한인회에 기초 확인조차 없이 화장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커지자 쩌라이 병원만 "중증 코로나19 사망자가 너무 많아 제대로 조치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을 뿐, 베트남 중앙정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호찌민 한인회 관계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A씨의 가족은 모두 한국에 있다"며 "비상약을 요구하는 A씨 현지 지인의 연락을 끝으로 통화가 안돼 확인하던 과정에 그의 사망과 화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숨 죽이고 있던 베트남 교민사회는 폭발했다. 호찌민 교민 B씨는 "한국 상황도 어렵기에, 일본과 중국, 프랑스 등 베트남 내 영향력 있는 타국들이 자국민 보호를 위해 별도 백신 공급을 하는 것까지는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도 "나만 해도 23년을 베트남에 살았지만, 주변 교민들과 함께 현지 생활을 청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A씨 외 베트남 확진자 격리시설에 수감된 한국인은 최소 9명이다. 이들 중 2명은 중증이며, 나머지 7명도 열악한 현지 의료시설에 격리 중이다. 호찌민 등 베트남 대다수 지역은 확진자 급증으로 병원이 포화돼 빈 아파트 등을 격리 시설로 이용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은 이날 오전만 2,105명이 신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호찌민 총영사관 관계자는 "상황이 급박하다보니 신규 확진 및 입원 현황에 대한 교민들의 초동 신고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A씨 사례처럼 늦지 않게) 증상이 악화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최대한 빨리 상황을 공유해달라"고 강조했다. 호찌민 총영사관 긴급 상황 신고 번호는 (+84) 093-850-0238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