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폭염…한낮 바깥 활동하다 온열 질환 86% 발생

입력
2021.07.17 08:00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역대 최악을 기록했던 2018년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18년 당시 폭염 일수(일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인 날)는 31.4일이었으며, 서울의 최고 기온은 39.6도였다.

20일부터는 전국적으로 '열돔 현상'까지 나타날 것으로 예보됐다. 열돔이란 대기상공에 발달한 고기압이 뚜껑 역할을 하며 공기를 지표면으로 누르고, 뜨거운 공기는 계속해서 쌓이는 기상 현상을 말한다.

이같은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열사병 같은 온열 질환에 걸리기 쉽다. 특히 노약자나 고혈압, 심장 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면 폭염에 기저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이어지면서 폭염 속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해 더위가 더 체감될 수밖에 없다. 폭염에 코로나19 재확산까지 겹치면서 건강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온열 질환 등 더위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을 알아본다.

◇온열 질환, 오전 10시~오후 5시 주로 발생

온열 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열로 발생하는 급성 질환을 말한다. 비교적 가벼운 일사병부터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열사병까지 다양하다.

질병관리청의 ‘온열 질환 응급실 감시 체계 통계(2020년 5월 20일~8월 16일)’에 따르면, 전체 온열 질환 환자 644명 중 447명(69.4%)이 낮 시간대(오전 10~오후 5시)에 발생했다.

연령별로는 40~60대가 전체 환자의 59%를 차지했다. 야외 작업장이나 논·밭, 길가 등 실외에서 발생한 환자가 556명(86.3%)으로 실내 환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더위가 심해질수록 스스로 대처가 어려운 노인과 아이, 만성질환자는 실외 활동 시 고온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기에 유의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어 코로나19와 온열 질환 증상을 구별하기 어려운 문제도 발생한다. 온열 질환은 기본적으로 폭염에 장시간 노출돼 발생한다.

◇더위에 장기간 노출돼 수분ㆍ전해질 부족? 일사병

장시간 고온 환경에 있으면서 수액 보충이 원활하지 않으면 일사병(열탈진)이 생길 수 있다. 어지럼증, 피로, 오심, 무력감, 발열, 발한, 홍조, 빈맥, 구토, 혼미 등이 증상이다.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물과 전해질을 보충해줘야 한다. 그러나 40도 이상의 고열이나 의식 변화가 발견되면 급속 냉각 요법 등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더위에 오래 노출됐지만 땀나지 않고 오심ㆍ구토ㆍ의식 변화가 있다면? 열사병

열사병은 노인이나 심장 질환 환자, 치매 환자, 알코올 중독자, 정신 질환 환자 등에서 오랜 기간 고온 다습한 환경에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

일사병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열사병은 땀이 나지 않는다. 대신 오심ㆍ구토가 심하고 의식 변화가 나타난다. 심부(深部) 체온은 40도가 넘어간다. 이 경우 환자를 즉시 그늘로 옮기고 옷을 풀어 시원한 물수건으로 닦고, 빨리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환자에게 찬물을 마시게 하는 건 체온을 낮추는 데는 도움될 수 있지만 의식이 없다면 질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더위에 장시간 운동 후 근육 경련? 열경련

더위에 오랜 시간 운동하면 평소보다 땀을 많이 흘린다. 이때 근육경련이 발생하기 쉽다. 원인은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전해질 이상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열경련이 나타나면 시원한 그늘에서 해당 근육을 스트레칭해야 한다. 최소 몇 시간 정도는 격렬한 운동을 피한다.

안정을 취하면서 전해질이 포함된 수액을 마시거나 보충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전해질 음료가 준비돼 있지 않으면 1리터 물에 소금 한 두 티스푼을 넣은 것으로 보충할 수 있다.

◇몸이 더위에 적응하지 못해 실신하면? 열실신

푹푹 찌는 더위에 노출되면 노인이나 어린이는 외부 온도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이때 가벼운 실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혈액 용적이 감소하고 말초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단순 열실신은 안정을 취하면 쉽게 회복된다. 시원한 그늘을 찾아 호흡이나 맥박에 주의하면서 머리를 낮게 해주고 수액을 보충해준다.

◇피부가 달아오르고 물집이 생긴다면? 일광화상

뜨거운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르고 통증이 발생하기 쉽다. 심하면 물집이 나거나 얼굴과 팔다리가 붓고 열이 오를 수 있다. 일광화상(日光火傷)이다. 글자 그대로 햇볕에 화상을 입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구름 없는 맑은 여름날에는 오전 11시~오후 3시에는 외출을 삼가야 한다. 직사광선이 가장 강하게 내리쬐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밖의 시간에는 얇은 겉옷으로 피부 노출 부위를 가리거나 외출 30분 전에 선크림을 꼼꼼히 바른 뒤에 나가는 것이 좋다. 이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찬물로 찜질하는 것이 좋다. 통증이 심하면 진통소염제로 조절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