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암살 배후로 지목된 60대 의사가 두 달 전 미국에서 ‘아이티 재건’을 주제로 회의를 열었다는 문서가 공개됐다. 서류에는 해당 인물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 경호를 계속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정권교체를 위해 대통령을 암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암살 배후자로 체포된 크리스티앙 에마뉘엘 사농이 지난 5월 12일 플로리다에서 ‘아이티 구하기’를 주제로 회의를 열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회의에는 플로리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금융업자 월터 베인트밀러와 이번 암살에 연루된 경호업체 CTU 대표인 안토니오 인트리아고가 참석했다. 사농은 이 자리에서 “아이티를 자유롭고 열린 사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문서에는 베인트밀러와 인트리아고가 사농의 경호 비용을 댄 뒤, 그가 대통령이 되면 국유 자산으로 보상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WP는 두 사람이 합의에 따라 5~6월 동안 사농 경호 비용으로 86만 달러(약 8억9,000만 원)를 사용했고, 비용의 75%를 각자의 사업체에서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5월 19일에 1만5,000달러를 지불하고 비행기를 빌렸고, 6월 3일엔 같은 가격으로 무기를 대여했다. 다음날에는 20명의 병력을 고용하는 데 20만 달러를 사용했다.
사농이 정권교체와 아이티 재건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집권을 위해 모이즈 대통령을 암살했다는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WP 역시 “공개된 서류들이 암살을 위해 콜롬비아 용병을 고용한 정황을 뒷받침한다”며 정권교체 모의설의 단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반면 서류에 명시된 인물은 자신은 암살과는 관련이 없다며 반박했다. 베인트밀러의 변호인은 15일 성명을 내고 “해당 회의에선 암살과 관련된 내용이 오간 적이 없다”며 “베인트밀러는 아이티의 평화적 재건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인트리아고는 WP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