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론, '젠더 불평등은 없다'고 너무 손쉽게 얘기해"

입력
2021.07.19 14:00
[용혜인 의원·신보라 전 의원 인터뷰]
용혜인 "젠더 불평등 몰랐다면 무능한 정치인
알고도 폐지하자 했다면 정말 나쁜 정치인"
신보라 "'여가부만이 할 수 있는 일' 방향 설정 부족
불평등 분명 존재해... 여가부가 신경 더 써야"

'국회의원의 일과 돌봄의 양립 문제'를 가시화한 신보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최근 야권에서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여성가족부 폐지'를 어떻게 바라볼까.(▶관련기사)

이들은 모두 '돌봄이 여전히 여성이, 가정 내에서, 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치부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젠더 불평등을 손쉽게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리는 행태에 우려를 드러냈다.

1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용 의원은 '여가부 폐지론'에 대해 논의의 선후 관계가 없었음을 지적했다.

그는 "제일 먼저 한국 사회에 젠더 사이의 불평등이 존재하느냐 아니냐를 이야기 한 다음, 여가부가 그에 맞게 일을 잘하고 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가부가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 젠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는 그다음 문제라고 했다.

또 현재의 여가부 폐지론은 이런 논의 단계를 생략했기 때문에 현존하는 젠더 불평등을 굉장히 손쉽게 없애버린다고 봤다.

특히 '여가부 예산을 군 장병들에게 쓰겠다'는 유승민 전 의원의 공약을 두고 "여가부가 마치 남성들의 몫을 빼앗아 여성들만을 위한 일을 했다는 듯이 판단하는 것 같아 처참했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젠더 사이의 불평등 문제를 모르고 그런 얘기를 하셨다면 대선 주자를 자처하는 정치인 또는 제1야당의 대표로서 자격 없고 무능한 것이고, 알고 그러시는 거라면 정말 나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의 영역에 여성 대표자들이 더 많았다면 과연 이처럼 손쉽게 얘기할 수 있었겠냐"며 "여가부 폐지 논쟁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젠더 불평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 전 의원도 여가부의 기능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데엔 동의한다. 다만 여가부가 현재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여가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의 방향을 설정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채찍질에 방점을 뒀다.

그는 무엇보다 여가부의 기형적 업무 구조를 지적했다. "돌봄 분야에선 보건복지부의 아이돌보미 사업만 가져오고, 청소년은 고용노동부의 청소년 근로환경 선도 감시 기능을 일부 떼왔다"고 했다.

성범죄의 경우 "직장 내 성희롱은 고용부가, 공공부문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여가부가 담당하는 식"이라며 그러다 보니 '여가부는 무엇을 하는 부서인가'라는 문제제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젠더 불평등의 과제는 분명히 존재한다"며 "여가부가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직장만 해도 채용 때는 여성들이 더 우위에 있다고 하지만, 팀장·부장급 이상 올라가면 여성 비율이 눈에 띄게 낮아지는 등의 차별이 있다"며 몇 년 전 웹툰 '며느라기'가 직장인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것도 젠더 불평등이 있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말했다.

"돌봄의 관점에서도 남자건, 여자건 누구나 돌봄의 권리는 비슷하게 갖고 있고 일과 돌봄의 양립은 남녀 모두의 과제여야 한다는 관점의 논의들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신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여가부가 제 기능을 했냐는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여가부의 역사 전체를 묶어서 일명 '젠더 갈등'을 조장했다고 평가받을 건 아닌 것 같다"는 관점도 제시했다.

현 정부의 여가부는 극단적 페미니즘에 동조하며 균형을 잃었다거나, 여가부 장관이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발언을 했다는 뭇매를 받기도 했다.(▶관련기사)

신 전 의원은 "우리 여성 정책이 도식적으로 이뤄지는 부분도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여성 안심 귀갓길'을 예시로 들며 "누구나 안전하게 거리를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건데, '여성은 무조건 보호받아야 한다'는 개념은 여성에게도 굉장히 불편한 시선"이라고 주장했다.


윤주영 기자
박고은 PD
현유리 PD
이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