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회 '굶지 않는 다이어트, 왜 중요할까?' (▶기사 보기) 편에서 우리는 적당한 양의 식사가 다이어트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절식이나 지나치게 적게 먹으면 에너지 대사를 떨어뜨려 체중 감량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또 지나친 양의 운동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음도 알 수 있었다. 인간이 소화할 수 있는 활동량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운동으로 너무 많은 칼로리를 소비한다면 우리 몸은 다른 활동에 사용할 칼로리를 줄여서 균형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29회의 마지막에서) '일정 수준의 식사량을 매일 유지한 채로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운동을 좀 해봤거나 글을 주의 깊게 읽은 독자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식사를 과하게 제한하는 것은 건강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니 선택지에서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높은 식사량을 가진 사람은 일상 활동을 아예 안 한다면 운동을 무제한으로 늘려도 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줄어드는 일상 활동 대사량을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 많은 운동 활동 대사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더 빠른 다이어트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이 또한 어렵다. 바로 '과훈련 증후군'(오버 트레이닝 증후군) 때문이다.
오버 트레이닝 증후군은 훈련자 본인이 소화하기 어려운 높은 강도의 운동을 무리하게 지속함으로써 만성 피로를 겪어야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은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망가뜨리고, 손상된 몸이 다시 회복되면서 더 강한 부하에 견딜 수 있도록 원래 몸 상태보다 조금 더 강화한 형태로 복원하는 것이 원리다.
이때 왜 '조금' 강화시키는 것이냐 하면 인간의 대사량에 한계가 있듯이 몸의 회복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훈련이나 다이어트를 할 때에는 본인의 운동수행 능력과 그 한계를 잘 파악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이를 어기고 본인의 회복 한계를 넘어서는 훈련, 즉 오버 트레이닝을 하면 몸은 운동으로 인한 손상을 전부 회복하지 못하고 잔여 손상을 몸에 남긴다.
이를 지속적으로 수일에 걸쳐 반복하면 오버 트레이닝 증후군에 빠져 운동 능력의 저하는 물론 근육 손상, 인대·건 손상, 관절의 손상, 장기의 손상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오버 트레이닝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 및 전조 증상은 다음과 같다.
1. 운동 능력의 저하
근력, 지구력, 심폐능력, 순발력, 유연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운동 능력이 저하된다.
2. 근골격계의 부상
오버 트레이닝으로 인해 만성적으로 인대나 건, 근육 등 물리적 퍼포먼스를 내는 기관들이 약화된다. 운동 능력을 저하시키는 원인 중 하나이며 반대로 운동 능력이 떨어지면서 근골격계가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3. 생체시스템 교란
오버트레이닝 증후군은 각종 호르몬 대사의 교란과 내부 장기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불면증, 우울증, 현기증, 운동 중이나 이후의 오한·구토·기력 저하, 식욕과다나 식욕 저하 등 비정상적인 식이 욕구, 에너지 대사 능력이 떨어지면서 생리적 반응이 멈춰 버릴 수 있다.
4. 극심한 피로감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체계적으로 훈련을 버텨 온 상급자라면 오버 트레이닝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높은 운동량을 유지하면서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독자 대부분이 헬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해 살 빼기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그러므로 결론은 다시 '일정 수준의 식사량을 매일 유지한 채로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로 돌아간다.
다이어트는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열정이 과한 나머지 본질과 목적을 잊는 다이어터들이 너무 많아졌다. 다이어트 그 자체에 빠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체중을 줄이려고 한다.
오버 트레이닝 증후군은 이렇게 수단과 목적을 헷갈리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대표 증상이다. 이런 다이어트는 의미가 없을뿐더러 효과도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자신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다이어터들이 많다. 필자도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있고 지금도 하고 있기에 이 과정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새벽이 지나면 언제나 아침이 오는 법. 가장 괴로운 이 순간이 가장 찬란한 순간의 바로 앞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아득히 보이는 먼 곳을 보지 않는 것이 팁이다. 그 대신 지금 당장 앞에 놓인 하루하루를 묵묵히 견뎌내자. 그러면 멀게만 보였던 도착점에 어느새 발을 딛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이어트와 자신을 가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