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된 틈을 타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카드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향해 현재보다 더 강한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권에서 비은행권으로 대출 수요가 더 몰릴 경우 금융당국 최대 과제인 가계부채 속도 조절이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15일 도규상 부위원장 주재로 '1차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태스크포스(TF)'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비은행권 중심으로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주요 금융 협회를 다급히 소집했다.
도규상 부위원장은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지목받는 이유는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는 금리 상승기에 가계부담 증가를 초래하고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3조3,000억 원 늘었다. 월평균 증가 폭 10조6,000억 원은 가계부채가 본격 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12조6,000억 원)보다 다소 작지만 지난해 상반기(6조1,000억 원) 수준은 여전히 크게 웃돈다. 금융위는 특히 은행권보다 비은행권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고 진단했다.
비은행권 가계부채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권이 이달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도입하면서 대출을 조이자 카드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대출금리 인하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2금융권은 은행권보다 더 완화된 DSR 60% 규제를 받고 있어 대출 한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은행권에서 2금융권으로의 대출 '풍선효과'가 일어나자 금융위는 규제를 예고했다. 도 부위원장은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규제 차익을 조기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2금융권에도 은행권과 비슷한 강도의 DSR 규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금융위는 또 내년부터 금융사 가계대출의 증가율과 위험도를 예금보험료와 연계해 최대 10%까지 할인·할증하겠다고 했다. 가계부채 관리를 허술하게 하는 금융사에는 벌칙을 주겠다는 의미다.
또 4분기 중으로 가계부문 '경기대응 완충자본'을 도입할 계획이다. 경기대응 완충자본은 총 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은행에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도 부위원장은 "앞으로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는 금융기관은 강도 높게 점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