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니 달라졌다" 그들이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입력
2021.07.1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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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몽골 여성 나답씨는 친구의 소개로 한국인 남성을 소개받았다. 공부를 시켜주겠다는 말을 믿고 결혼을 승낙했는데, 정작 결혼을 하고 보니 사정이 달랐다. 학교는커녕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가는 어학당조차 제대로 다닐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잘 해주느냐’는 시댁 식구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세탁기 사용 대신 손빨래를 강요하고, 임신을 독촉하는 분위기에 나답씨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외출이 막혀 TV를 통해 한국어를 익힌 그는 자기 몰래 남편과 시어머니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도망을 결심한다. “1,500만 원이나 주고 애를 샀잖아. 그렇게 돈을 들였는데 애가 왜 저러냐?”

입국 이후 3개월 내 의무적으로 발급받아야 하는 외국인등록증조차 없었던 그는 결국 강제출국을 당한다. 다행히 몽골에 잘 정착했지만 문제가 생겼다. 새로운 한국인 남자친구가 생기고 아이가 생겼지만 그와 결혼을 할 수 없었다. 전 남편과 법적으로 이혼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재혼을 하려면 그에게서 이혼서류를 받아야 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에 와서 살다 문제가 생겨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숙제를 안고 사는 여성은 나답씨뿐만이 아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나답씨처럼 한국을 떠난 이주여성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엮은 책이다. 국경을 넘어서도 한국 사회가 답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환기시킨다. 다문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 사회가 이제는 귀환 이주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응답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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