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맞수] '6전 6패'지만 라이벌 대결... 안창림 vs 오노 쇼헤이

입력
2021.07.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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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유도 73㎏급 메달 시상식. 은메달을 목에 건 안창림(27)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당시 안창림은 결승전에서 '숙적' 오노 쇼헤이(29)와 정규시간 4분, 연장전 7분 9초를 합해 무려 11분 9초 동안 혈투를 펼쳤는데, 골든 스코어 절반패로 무릎을 꿇었다.

아쉬운 결과였다. 안창림은 악착같이 오노를 몰아세우다가 허벅다리 걸기 기술을 잘 막았는데, 착지 과정에서 팔꿈치가 바닥에 닿았다는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했다. 안창림은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시상대 위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단순히 금메달 획득에 실패해서가 아니다. 심판 판정 때문만도 아니었다. 오노에게 설욕하겠다는 '한'을 아깝게 풀지 못해서였다.

악연은 계속됐다. 안창림은 삭발하고 출전한 지난해 국제유도연맹 뒤셀도르프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다시 만났는데, 이번에도 오노의 허벅다리 걸기 절반패를 기록하며 다시 주저앉았다. 오노와의 상대 전적은 6전 6패. 맞수라고 하기에는 다소 민망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인 경기도 없었다.

안창림은 세계 랭킹 1위이자 일본 유도 대표팀 해당 체급 '투톱'으로 꼽히는 하시모토 소이치(30)를 상대로는 최근 3연승을 따내는 등 4승 2패로 우세지만 유독 오노만 만나면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지금까지 148전 128승 20패로 86.5%의 승률을 거둔 안창림이지만, 오노를 상대로 해선 6번 모두 패했다. 전력 노출을 꺼리는 오노는 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아 세계랭킹(13위)은 다소 낮지만,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창림은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상대인 만큼 오노 영상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도쿄 무도관은 안창림에게 각별한 장소다. 재일교포 3세 안창림은 도쿄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냈다. 6세 때 가라테 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유도에 첫 발을 내디뎠다. 교토로 이사해 초ㆍ중학교를 다니다 다시 도쿄로 돌아가 고교를 졸업한 뒤 유도 명문 쓰쿠바대학에 진학했다. 2013년 대학 2학년이던 그가 일본 전국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건 곳이 바로 무도관이다. 당시 안창림은 귀화 제의를 뿌리치고 한국행을 택해 화제를 모았다.

안창림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유도의 새로운 영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열세를 면치 못했던 오노와의 맞대결을 기다렸다. 하지만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안창림은 16강 탈락의 수모를 맛보며 좌절했다.

반면 오노는 리우올림픽에서 8년 만에 일본 남자 유도에 금메달을 안겼고 올림픽의 활약을 바탕으로 2016년 국제유도연맹(IJF)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안창림은 도쿄올림픽을 오노에게 첫 승리를 거둘 무대로 잡고 맹훈련 중이다. 자신의 장점인 체력을 끌어올리면서 주특기 업어치기 외에 다양한 기술 훈련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하체 수비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노는 발기술이 좋은 선수다. 밭다리 후리기와 허벅다리 걸기가 주특기인데, 안창림은 번번이 이 기술에 무너졌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지난해 그랜드슬램에서도 허벅다리 걸기를 막지 못했다. 오노를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선 도복 잡기부터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힘이 좋은 오노에게 양손으로 도복을 잡히면 발기술을 막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이 된다.

안창림은 오노의 오른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등 한 방향으로 틀어 힘 싸움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체력 훈련도 집중적으로 소화했다. 안창림은 "오노는 꼭 승리하고 싶은 선수"라며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올림픽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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