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부터 방역 수준이 높은 산란계 농장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시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정밀 방역을 위해 2주마다 예방적 살처분 범위도 조정하기로 했다. 과도한 살처분 문제를 해결하고, 그에 따른 가금산물 가격 상승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질병관리등급제 시범도입·AI 위험도 평가 방안’을 발표했다. 박병홍 차관보는 “방역정책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정부는 고병원성 AI 방역을 농가 주도로 전환하기 위해 방역수준을 평가해 3가지 유형(가·나·다)으로 구분하고, 그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질병관리등급제를 실시한다. 이달 중 참여의사를 밝힌 산란계 농장이 대상이다.
'가' 유형 농가의 기준은 △울타리·담장·신발소독소 설치 △방역교육 이수 △출입기록부 작성 여부 등을 따져 해당 기준을 충족하면서 3년 내 고병원성 AI 발생이력이 없어야 한다.
'가' 유형으로 분류되면 △500m~3㎞ 떨어졌을 때 살처분 제외 △1~3㎞ 거리일 때 살처분 제외 △종전대로 살처분 허용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김영민 질병관리등급제 태스크포스(TF) 팀장은 “농가 인근에 개천이 흐르거나, 농장 간 왕래 등 전파 위험성을 따져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며 “고병원성 AI가 발발한 농가에서 700m 거리인 '가' 유형 농장의 경우 ‘1~3㎞ 떨어졌을 때 살처분 제외’를 택했다면 예방적 살처분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 유형은 방역 시설·장비 기준은 충족하나, 3년 이내 1회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경우가 해당된다. 이 농가는 △고병원성 AI 발생 농장과 1~3㎞ 떨어져 있을 때 살처분 제외 △살처분 허용 등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방역수준이 떨어지는 '다' 유형 농장엔 살처분 제외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된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할 경우 살처분 보상금을 하향 조정해 지급한다. 농가의 방역 책임성 강화를 위해서다. 기존 살처분 농가가 가축 등 평가액의 80%를 받는 데 반해, 1~3㎞ 거리 시 살처분 제외를 택한 가 유형 농가는 평가액의 65%만 지급받는다.
농식품부는 오는 15일부터 이달 말까지 산란계 농가의 신청을 받는다. 가·나 유형을 받은 농가가 살처분 제외 범위를 택해 10월 1~5일 지방자치단체에 알려주면 그 결과가 같은 달 9일부터 내년 3월까지 적용된다. 올해 시범운영 결과를 평가해 다른 가축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올해 겨울부터 2주마다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조정하기로 했다. 철새 분포와 야생조류·가금농장 AI 검출변화, 감염재생산지수 등 여러 지표를 활용해 정밀 방역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현재 살처분 범위는 AI 발생농장 인근 1㎞ 내 동일 가축으로 완화된 상태다.
박 차관보는 “위험도 평가에 기초해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설정하면 고병원성 AI 대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면서 가금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이번 대책은 농가의 자율방역 기반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