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와 함께 일했던 직원들로부터 "김씨는 골프를 하지 않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동훈(51)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김씨에게서 골프채를 빌려 썼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골프를 즐기지 않는 김씨가 골프채를 빌려줬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 전 위원이 김씨에게 새 골프채 세트를 받았다고 보고, 가격을 300만 원 정도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김씨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평소 골프를 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 경찰은 골프를 하지 않는 김씨가 현직 검사와 사립대 전 이사장 등이 참여한 지난해 '광복절 골프 회동'에서 이 전 위원에게 골프채를 빌려줬을 개연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씨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직원은 "김씨는 운동의 'ㅇ' 자도 싫어할 정도로 움직이는 걸 싫어한다. 골프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지난해 10월 31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김씨와 현직 검사, 사립대 전 이사장 등이 함께한 '핼러윈 파티'에도 동석했던 김씨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 전 위원은 전날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골프채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 전 위원은 입장문 등을 통해 "지난해 8월 15일 골프 때 김씨 소유의 캘러웨이 중고 골프채를 빌려 사용했다"며 "이후 저희집 창고에 아이언 세트만 보관돼 있다. 당일 오전 큰 비가 와서 골프채 없이 갔다가 빌려친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로부터 골프채를 빌려 사용한 뒤 돌려주지 못했다는 취지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이 전 위원이 골프채를 빌렸다고 주장한 지난해 광복절 골프 모임 때 필드에 서지 않았다. 김씨는 이들의 라운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음식점으로 이동해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경찰은 아이언 세트만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이 전 위원 해명을 믿지 않고 있다. 골퍼들은 아이언 이외에 드라이버, 우드, 퍼터 등을 풀세트로 구성해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언 세트만 별도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주장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전 위원이 김씨로부터 새 골프채 풀세트를 받았다고 보고, 그 가액을 300만 원 정도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씨가 쓰던 중고 골프채이고 아이언 세트만 보관하고 있었다'는 이 전 위원 주장을 따르더라도 형사처벌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언론인·사립학교 교직원 등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1회 100만 원 또는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돼있다. 이 전 위원은 골프채 이외에도 김씨로부터 수산물을 수차례 제공받기도 했다.
경찰과 이 전 위원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이 전 위원이 기소될 경우 골프채가 새것인지 중고인지, 골프채 가격을 어떻게 산정했는지가 재판 쟁점이 될 전망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골프채는 브랜드나 생산연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중고채는 가격대가 더욱 다양하다"면서 "경찰이 골프채를 새 것으로 판단한 근거와 가격을 산정한 과정을 두고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본보는 이 전 위원에게 전화와 문자로 '골프채를 돌려주지 않은 이유' 등을 수차례 물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