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아저씨)들도 보기 좋심더. 더위도 잡고 코로나 거리두기도 지킬 수 있는 양산이 최고라예."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가 양산 하나로 폭염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컬러풀도시 대구' 브랜드에 걸맞게 5가지 색상의 양심양산을 도심 곳곳에 1만여개나 대량 보급하면서 상남자의 양산사랑도 독려하고 있다.
15일 대구시에 따르면 최근 대구의 최고기온이 섭씨 35도를 오르내리고 있지만 양산 밑으로 들어가면 체감온도가 7도나 뚝 떨어진다. 또 직경 98㎝의 양산을 펼치고 걸으면 동행이 있어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는 장점도 있다.
이 같은 효과에 힘입어 대구에는 이달 들어 시청과 8개 구·군, 행정복지센터, 동성로 관광안내소, 이상화고택, 김광석거리, 달성공원, 시티투어 버스, 도시철도3호선 5개역 등 160개소에 1만1,700개의 양산이 등장했다. 필요한 곳에서 빌려 쓰고 스스로 반납하는 양심양산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대여대장에 기록만 남기고 뽑아 쓰다 알아서 반납하면 된다. 양심양산이라 보는 사람도 없다.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관광명소에 내릴 때면 차량에 비치된 양산을 이용하면 되고, 도심을 걷다가도 대여소를 만나면 자신의 양산처럼 뽑아가면 된다. 대구도시철도 1, 2호선은 지하철이지만 3호선은 지상 10m 높이에서 달리는 모노레일이라 양산 대여소가 생겼다.
올해 양심양산 규모는 지난해 6개소 3,000개에 비해 4배 규모다. 2019년 첫 선을 보인 후 코로나 시대를 맞아 최고의 폭염예방대책으로 소문난 덕분이다.
양산이 만들어 내는 대구도심의 색깔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는 검은색 일색이었으나 올해는 흰색과 검은색이 각 25%, 네이비 20%, 분홍 20%, 파란색이 10%를 차지하면서 건물 고층에서 보는 양산 물결이 화려해졌다.
이는 무채색 계열을 선호하는 보수도시 이미지도 산뜻하게 바꾸고, 말로만 '컬러풀도시 대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주 타킷은 아재들이다. "남자가 무슨 양산"을 외치던 대구 상남자들도 거리두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이날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 근처에서 만난 김영식(64)씨는 "꽃무늬 핑크색만 아니면 퇴약볕과 소나기도 피할 수 있는 양산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낮 대구에는 소나기가 퍼부었다.
대구시는 도심 네거리 교차로에서 퇴약볕 아래 신호등을 기다려야 하는 시민들을 위해 그늘막도 대거 세웠다. 운동회 천막을 닮은 그늘막은 대구 도심에 512개나 된다. 파라솔 형태의 고정형은 179개가 설치돼 있고, 높이 3m에 가로, 세로 5, 3m인 스마트 그늘막은 올해 100개를 추가해 333개가 된다.
김영년 대구시 자연재난과 주무관은 "해가 뜨고 기온이 15도 이상, 풍속이 초당 7m 미만이면 자동으로 그늘막이 펼쳐져 햇볕을 가린다"며 말했다.
대구에는 또 건물 옥상에 자외선 차단페인트를 칠한 '쿨루프' 216곳과 열을 흡수하지 않는 특수도료를 바른 '쿨페이브먼트'도 대구시청과 문화예술회관 앞에 깔려 도심 열기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여름 100% 가동되던 '쿨링포그'는 자취를 감췄다. 물안개를 뿜어내는 방식으로 더위를 식히던 쿨링포그는 대구에 81개나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길 위험 때문에 작동이 전면 중단됐다.
김영애 대구시 시민안전실장은 "양산을 쓰면 최소 1.5m의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시민 모두 멋진 양산을 하나씩 장만하거나 양심양산을 애용해 폭염과 코로나에서 한 발 벗어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