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차도까지 넘어서서 신호를 기다리지만 오늘은 좀 한산하네요."
광화문 인근 직장을 다니는 이모(38)씨는 낯선 풍경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광화문역에서 이씨가 회사로 출근하려면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평소 차도까지 넘어서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다. 이씨는 "저희 부서만 해도 7명 중에 3명만 출근하는데 아무래도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전국 신규 확진자 1,615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한 14일 아침. 4차 대유행 전만 해도 회사로 출근했던 직장인들이 속속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아침 출근 풍경이 달라졌다. 평소 아침 출근시간 때면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했던 지하철과 버스는 숨통이 트인 모습이었고, 광화문 등 회사가 밀집한 구역은 썰렁함마저 감돌았다.
2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건대입구역의 환승 대기줄도 평소보다 짧은 모습이었다. 그동안 재택근무를 하다가 오랜만에 회사로 출근한다는 김모(57)씨는 “전보다 승객이 30~40%는 줄어든 것 같다”며 “보통 어깨를 비집고 탔어야 했지만 오늘은 전철이 쾌적해서 좋다"고 말했다. 역사 직원은 “전에는 플랫폼으로 올라오는 계단까지 시민들이 줄을 섰을 정도였지만, 4단계 유행이 시작한 뒤 출근하는 시민이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했다.
2호선과 4호선이 지나가는 사당역 역시 이날만큼은 환승 구간이 한산했다. 이촌역에서 출발해 근무지인 강남역까지 간다는 직장인 김모(27)씨는 "평소 이 시간에 사당역에서 환승하려면 어깨가 부딪치는 일이 다반사인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며 "평소의 반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로 직장인의 외출이 줄어들면서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더 깊어졌다. 사당역 환승구간에서 잡화를 판매하는 A(46)씨는 "어제부터 다들 재택에 들어갔는지 사람들이 너무 없다. 이미 지난주부터 장사가 잘 안 되고 있지만 이번 주는 더 안 된다"고 말했다. 광화문 근처 분식점에서 일하는 직원 양순희(57)씨는 "평소 아침을 해결하러 오는 직장인 손님들이 40명은 되는데, 오늘은 그 절반이었다"며 "장사가 안 돼서 사장이 힘들어하니 직원 입장에서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출근 시간대에 주로 강남역 인근에서 영업을 한다는 택시기사 황모(62)씨는 “강남역 4, 5번 출구는 출근 시간이 촉박한 직장인들이 많아서 늘 택시가 부족하다”며 “평소 아침 동안 4명 정도는 태웠지만 오늘은 벌써 9시가 되었는데도 기자님이 첫 손님”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