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산케이 “‘반일’ 바꾸지 않는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 무의미”

입력
2021.07.14 11:43

일본 우익의 시각을 대변하는 산케이신문이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히시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무의미하다며 한국 측이 요구하는 본격적인 회담에 반대했다. 청와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평창올림픽 당시 방한에 대한 답례로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일본에 방문해 스가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놓고 일본 정부와 논의해 왔지만,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고심 중이다.

산케이는 14일 자 사설(‘주장’)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사설은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맞춰 일본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와의 본격적인 회담을 방일 조건으로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하지만 반일 자세를 바꾸지 않는 문 대통령과 회담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일본이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식 표현) 소송 등 양국 간에 ‘가시’가 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안이다. 그럴 준비가 없는데 본격 회담을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전까지는 “극히 의례적인 대응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산케이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부정하는 등 반일 자세를 취해 왔다”면서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정상회담을 고집하는 것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전후 최악’이라는 한일 관계를 복원했다고 국내에 알리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발언한 것을 보면, 한국에 중요한 것은 “회담 내용이 아니라 이를 했다는 사실과 ‘공식(행사)’이라는 격식”이라고 풀이했다.

신문은 “그러나 외교는 상대가 있다. 자국 사정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며 “일본은 ‘한일 간의 여러 현안을 야기한 한국이 스스로 그 타개책을 제시하라’고 여러 차례 말해 왔다”고 덧붙였다.

현재 문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 한일 양국은 ‘15분 간의 의례적 회담’이냐, ‘1시간 정도의 격식 있는 회담’이냐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이날 산케이의 사설뿐 아니라 앞서 일본 언론이 잇따라 “현안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없으면 의례적 회담에 그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 측이 일본이 요구해 온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일본 언론의 이런 보도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못하면 회담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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