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없어 참은 거 아니다"...'이준석 리스크'에 뿔난 국민의힘 중진들

입력
2021.07.13 14:00
공개 비판 포문 연 조해진 "독단적 결정이 문제"
김재원 "부처 폐지 등 정부 조직 개편, 집권 후 사안"
"그동안 아무 문제가 없어서 말을 안 한 게 아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좌충우돌 행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폭발했다. 이 대표 취임 한 달 만이다.

이 대표의 잇따른 튀는 언행이 당에 부담을 주는 일이 현실화하자 당내에선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당장 중진 의원들이 직접 '구두 경고'에 나서며 제동을 걸고 나선 모습이다.

제일 먼저 포문을 연 건,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다.

조 의원은 전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 대표가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당의 기존 입장과 정반대의 합의"라며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면 더 큰 문제"라고 이 대표를 몰아붙였다.

조 의원은 작심한 듯, 이 대표의 통일부 폐지 발언까지 끄집어내 "당대표가 말하는 건 당의 공식 입장이나 당론으로 비칠 수 있다"며 "당내 소통에 좀 더 노력하고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해진 "당내 공론화 없는 독단...더 실수할까 싶어 얘기한다"

조 의원은 13일에도 '이준석 리스크'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조 의원은 "이 대표가 당 운영 경험이 없고, 원내에도 있지 않았던 상황이라 대표 선출 전부터 염려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취임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실제로 벌어졌다"며 그동안 참아왔던 불만을 터뜨렸다.

이 대표가 당내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불쑥 여성가족부, 통일부 폐지 등 이슈몰이에 나선 것을 꼬집은 것이다. 조 의원은 특히 통일부 폐지에 대해 "사전에 당내 논의 공론화 없이 이야기하는 건 굉장히 문제"라고 비판했다.


대선을 앞두고 당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데 대해선, 이 대표의 '폭주'를 막기 위한 예방조치라는 입장이다.

그는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아왔는데, 당내 잡음이나 논란, 불협화음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마디 해야 되나 싶었던 차에 어제 재난지원금 합의까지 터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더는 그냥 침묵하고 있으면 이 대표한테도 도움이 안 되겠다, 본인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고 계속 실수를 더 크게 벌일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서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이 대표도 본인이 그동안에 소소하게 미스테이크가 있었는데도 사람들이 말을 안 했던 건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서 말을 안 했던 것뿐이지, 아무 문제가 없어서 말을 안 한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 좀 더 신중하게 당내 소통을 통해 좀 책임감 있게 당을 운영하길 기대한다"고 뼈 있는 훈수를 뒀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 대표의 여성가족부, 통일부 폐지 주장에 대해 "시기와 방식이 부적절했다"고 가세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동의를 한다면서도,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 대표가 이렇게 불쑥 논란이 큰 이슈를 던지는 방식은 미숙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 정부조직 개편을 하면서도 두 부처 폐지를 추진했지만, 결국 안 됐다. (안 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또 있는 것"이라며 "반대 여론이 비등할 수 있고, 또 이해 관계가 없는 분들도 나쁜 인상을 갖고 판단할 수 있는 일을 추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자해수'로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면서도 "내용이 맞아도 시기나 방법 문제는 조금 달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집권해서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