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신동원 회장 경영체제로 들어선 후 첫 전략제품으로 '신라면볶음면'을 선보인다. 과거 볶음면 시장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해외에서 국물 없는 라면이 인기를 끌자 재도전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메가히트작인 삼양식품 '불닭볶음면'과의 정면 승부도 예상된다.
농심은 대표제품 '신라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매운맛의 신제품 신라면볶음면을 오는 20일 국내에 출시하고 다음 달부터 수출을 시작한다고 12일 밝혔다.
신라면볶음면은 신라면 고유의 맛에다 파와 고추 등으로 만든 조미유를 추가해 볶음면 특유의 매콤한 감칠맛을 살린 게 특징이다. 면을 얇고 탱탱하게 만들어 조리시간을 봉지면 2분, 큰사발면 3분으로 대폭 줄였고 불을 끄고 비벼도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신제품으로 볶음면을 택한 이유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친 '짜파구리', 불닭볶음면 등 해외에서 국물 없는 라면이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로제 신라면' '쿠지라이식 신라면' 등 신라면을 국물 없는 라면으로 만드는 레시피도 확산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이 국민라면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신라면블랙과 신라면건면 등 신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어왔기 때문"이라며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며 농심의 새로운 슬로건처럼 '인생을 맛있게' 하는 신라면이 되겠다"고 말했다.
신라면볶음면은 신 회장 취임 후 나온 첫 신제품이라 그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앞서 취임 일성으로 '국내외 사업의 레벨업'을 강조한 바 있어 외형 성장을 위한 포트폴리오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어디를 가도 신라면이 보이게 하라'는 고(故) 신춘호 회장의 뜻을 계승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이루려는 '뉴농심' 전략으로도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의 대항마로 국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동시에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라인업 강화 차원에서 볶음면을 선보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라면은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올 상반기까지 국내외 누적 매출 14조8,000억 원, 판매량 346억 개를 돌파했다. 농심은 올해 누적 매출 15조 원, 판매량 350억 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출시한 '배홍동 비빔면'이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 2위에 오른 만큼 농심은 이번엔 신라면볶음면에 영업과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볶음면은 젊은층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구매 연령층이 다양한 신라면의 정통성을 살린 마케팅으로 젊은층의 수요를 얼마나 끌어올릴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