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가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에도 협력 시스템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차량용 반도체의 국산화를 배제하고선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도 장담할 순 없다는 분석에서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 등에선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자체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모습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2일 발표한 '차량용 반도체 생산 내재화 동향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 고도화가 진행되면서 대만 ‘TSMC’ 등 해외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산업의 경우 적은 생산량으로 규모의 경제 달성이 어렵고, 인증·투자 비용이 높다. 특히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장시스템제어장치(MCU)’나 고성능 반도체의 경우 신규 사업자의 진입 장벽이 높다. 차량용 반도체가 최근 기능별 고성능 칩으로 통합이 예상되면서 70%의 시장점유율로 1위에 오른 TSMC의 지배력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해외에선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자국 내 완성차·설계전문(팹리스)·파운드리의 협력 관계를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선 인텔이 파운드리 산업에 진출해 포드·GM에 공급 예정으로 추가공정 설립 없이 기존 공정에 차량용 제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9개월 내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보조금 및 전방위 협력 지원을 약속했다. 일본 또한 도요타·덴소가 차량용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지분 투자 및 팹리스 합작사인 미라이즈를 설립했고, 정부 주도 공동 투자를 통한 TSMC 현지 공장 설립으로 반도체 공급망 위험 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은 차량용 반도체 산업에선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정부가 지난 3월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를 발족하고 ‘중·장기 차량용반도체 기술개발 로드맵’ 수립에 나섰지만, 아직 수급난을 겪는 품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 그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반도체업계와 수급난 품목 정보 공유에 그치는 등 협업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차량용 반도체는 가전제품용 반도체에 비해 수요량이 적어, 파운드리 기업의 투자·생산 동기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팹리스에서 개발하더라도 국내 기업이 생산을 거부하거나 사양을 맞추지 못해 대부분 해외 파운드리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다.
장홍창 연구전략본부 선임연구원은 “진정한 의미의 차량용반도체 국산화를 위해서 자동차 전용공정·협력을 통한 국내 파운드리 육성이 절실하다”며 “12인치 반도체 원판(웨이퍼) 공정이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는 삼성전자 외에 파운드리 공정이 없는 상황이어서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직접적인 협력 중개와 다른 파운드리 기업의 수요 기반 전략적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