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사흘 연속 1,300명대를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거세지만, 예방접종은 정체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체 인구 대비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 비율은 최근 3주 동안 겨우 1%포인트 남짓 올랐다. 12일부터 수도권에 적용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4단계가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다소 늦출 거라는 기대는 있지만, 4차 유행 규모를 더 키우지 않으려면 현재로선 백신 접종 속도전이 유일한 답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공급 시기를 하루라도 더 앞당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신규 1차 접종자는 1만2,758명으로, 전체 인구의 30.4%(1,558만6,442명)가 1차 접종을 마쳤다. 그런데 이는 2분기 접종이 완료된 직후인 지난달 21일 0시 기준 29.2%보다 단 1.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매일 수십만 명도 접종할 수 있는데, 지난 3주간 하루 평균 1차 접종자 수는 2만1,600여 명에 그쳤다.
예방접종 속도가 더딘 이유는 백신이 여전히 찔끔찔끔 들어오고 있어서다. 정부는 7~9월 2,100만 명 이상이 1차 접종을 마치게 되고, 상반기 접종 인원을 합치면 9월 말엔 1차 접종자가 3,600만 명에 이를 거라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달 들어 공급된 백신은 이스라엘과 맞교환하는 화이자 70만 회분을 제외하면 화이자와 직접 계약한 72만7,000회분, 모더나와 직계약한 75만 회분뿐이다.
정부는 7월엔 총 1,000만 회분, 8~9월엔 7,000만 회분의 백신이 공급된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시기별 물량 등은 7월 중순이 다 돼가는 데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2,100만 명 접종을 위한 물량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며 "구체적인 시기별 계획은 질병관리청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백신이 공급되는 '양'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선 '시기'가 빨라져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거리두기 4단계는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완화할 수 있지만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며 “거리 두기 강화로 방역 대응 역량을 확보한 사이 빨리 백신 미접종자의 접종을 늘려야 확진자 수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12일에는 55∼59세(1962년 1월 1일∼1966년 12월 31일 출생자) 325만4,000여 명의 모더나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된다. 이들은 26일부터 백신을 맞는다. 군 입영 예정자 약 7만 명의 화이자 백신 접종도 12일 시작된다. 이스라엘에서 받은 화이자 백신도 이번 주부터 지방자치단체 자율 접종, 보육 종사자 접종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