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고령층 낙상과 골절의 주범?

입력
2021.07.11 11:35

유독 여름철에 현기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환경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해 생긴다. 무더위와 뙤약볕이 유발하는 어지럼증은 젊으면 충분히 쉬면 사라지지만 노년에는 어지럼증으로 균형을 잃어 다치는 낙상으로 골절을 입으면 회복이 어려워 조심해야 한다.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실내 온도를 크게 낮추면 기온 차이가 심해져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뜨거운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땀을 많이 흘리면 온열 질환 및 탈수로 인한 어지럼증을 느끼기 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85만5,608명으로 7월(11만3,447명)이 가장 많았다.

어지럼증은 자신이나 주위 사물이 정지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 모든 증상을 말한다.

여름철은 무더위와 수분 부족이 뇌 혈액량을 줄어 일시적으로 어질어질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이뇨제나 고혈압 약 등 심혈관계에 작용하는 약이나 항우울제ㆍ항불안제ㆍ항히스타민제를 오래 먹어도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김선숙 인천힘찬종합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통증을 줄이기 위해 먹는 소염 진통제나 감기약도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며 “어지럼증이 계속 생기는 고령인이라면 평소 복용하는 약과 관련 있는지 살펴보고, 증상이 반복되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어지럼증이 위험한 건 낙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뼈가 약하고 순발력이 떨어지는 70세 이상은 낙상하면 엉덩이관절 골절을 주의해야 한다. 엉덩이관절 골절을 입으면 격심한 통증과 함께 움직이지도 못하고, 허벅지 안쪽에 출혈이 생기므로 사타구니와 넓적다리가 붓는다.

김태현 목동힘찬병원 정형외과 원장은 “대퇴골의 목 부분이 부러지면 계속 누워있어야 하기에 고령인에게 엉덩이관절 골절은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만 지내다 보면 합병증이나 기존 지병 악화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이 커진다.

낙상으로 인해 척추 압박 골절도 발생할 수 있다. 간격을 유지하면서 맞물려 있어야 할 척추뼈가 골절되면 주저앉아 납작하게 변형된다. 심호흡을 하거나 기침하는 것도 힘들고, 특히 고령이라면 움직이기 힘들어 만성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구부러진 척추가 내부 장기를 압박해 또 다른 합병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척추 압박과 더불어 허리가 점점 굽어 척추 변형이 진행되는데, 이것은 폐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김선숙 과장은 “여름철에는 물기 있는 욕실에서 넘어져 골절 사고를 당할 때가 많다”며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미리 골다공증 치료와 근력 운동 등으로 골절을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