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앞다퉈 내놓자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여가부의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라는 맞불 움직임 역시 거세지고 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여가부_폐지_반대'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이 수천 건 이상 올라왔고, 여가부 존치 및 권한 강화를 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1만 건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9일 트위터의 대한민국 트렌드에는 '여가부 폐지 반대'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이는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시위팀 해일의 제안으로 시작된 해시태그 운동이다. 해일팀은 "관련 해시태그와 함께 여가부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를 직접 목소리 내어 말해달라"고 요청했고, 수많은 이들이 화답했다.
한 누리꾼은 "어린 시절 동네에 여가부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청소년 방과 후 프로그램이 있었다"라면서 "학교가 끝나면 갈 곳 없는 맞벌이나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는 곳"이라고 적었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거나 가정폭력으로 인해 여가부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누리꾼들도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오히려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여가부 존치 및 권한 강화의 청원'은 사전동의 요건을 채워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인 상황이지만, 게시 하루만인 이날 이미 1만6,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여가부는 헌법 제34조 제3항에 근거하여 국가 주요 부처로 신설된 이래로 현재까지 끊임없이 그 존재 이유와 필요에 대한 증명을 무리하게 요구받아 왔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여가부의 예산이 국가 총예산의 0.2%에 불과함을 지적하면서 "이 중에서도 8.1%의 예산만이 여성 정책에 사용되고 나머지 91.%는 여성은 물론 남성도 수혜대상이 되는 청소년·가정 지원사업에 쓰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여가부에 아주 현실적인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성폭력 예방의 컨트럴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가해자 고발권 등 권한을 주고 인력을 대폭 충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단체 역시 이날 "혐오 정치를 규탄한다"라면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성들이 처한 억압적 상황을 젠더 갈등 따위로 축소하며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지 말라"며 "여가부가 폐지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단 하나, 여가부가 없어도 될 정도로 평등한 세상일 때"라고 강조했다.
신유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역시 "상식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아직도 한국 사회에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개탄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또 "얄팍한 전략으로 멀쩡하게 일하던 정부 부처를 폐지하자고 여론몰이를 하는 게 아니라, 여성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관련 정책들을 아울러 시행하는 여가부를 면밀히 들여다봐라"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