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오지 마세요" '수도권 경계령' 발동한 지방 주민들 전전긍긍

입력
2021.07.09 19:00
수도권 사실상 '셧다운' 조치에 풍선효과 우려
비수도권 자영업자 등 "지역 간 이동 금지" 호소
"대규모 공연 취소해달라" 국민청원까지 등장

"아이고, 서울 사람들은 오지 않는 게 도와주는 겁니다. 진짜 지금은 원치 않아요."

충남 천안시 불당동 '천안 아산 KTX역' 근처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명균씨는 9일 수도권 지역의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됐다는 소식에 하루 종일 전전긍긍이다.

당장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사람들이 인원 제한이 느슨한 충남으로 대거 '원정' 회식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서다. 김씨는 보름 전에도 서울을 오가던 손님이 확진되면서 가게 문을 한 차례 닫기도 했다.

충남은 현재 인원제한 조치가 해제(천안은 8명까지 허용)된 데다, 수도권과 가까워 거리두기 단계 차이에 따른 '풍선효과'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당장 지난달엔 수도권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20대 2명이 천안 두정동 유흥가를 다녀가면서 지역 사회가 한바탕 뒤집어졌다.

김씨는 "손님이 아무리 많이 온다고 해도 소용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일단 코로나19부터 빨리 끝내야 하지 않겠느냐"며 "서울 등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움직이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셧다운' 수도권, 지방에선 '원정' 올까 "자제" 호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수도권이 사실상 '셧다운'에 돌입한 가운데 비수도권 지역으로 여행, 회식 등 '원정'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지방 거주민들의 불안감이 폭발하고 있다.

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수도권 경계령'을 발동하며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모습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대표 맘카페인 '맘스홀릭베이비'에는 "(수도권 사는) 지인이 다음 주에 지방으로 여행을 간다는데 이게 맞는 건가 싶다"고 걱정하는 글이 올라오자, "자제"를 요청하는 댓글들이 폭주했다.

부산 거주자임을 밝힌 한 누리꾼은 "수도권서 클럽 원정 온 사람들 때문에 서면이 초토화됐다"며 "지역 간 이동 금지 조치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한 누리꾼은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을 방문하신 분들은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검사를 바란다'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지 문자를 공유하며 수도권 시민들의 이동 자제를 부탁하기도 했다.

공연 취소 국민청원까지..."지역 간 이동 금지" 요구도

'수도권 포비아'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4단계 시국에 대규모 1만명 콘서트 강행 막아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충북 청주에서 10일, 11일에 걸쳐 총 4차례 열리기로 예정된 '내일은 미스터트롯 TOP6' 전국 투어 콘서트를 취소해달라는 것.

작성자는 "청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몰려서 코로나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 두렵다"며 "4단계인 이 시국에 꼭 진행해야 되는지 의문이다. 이번 콘서트를 연기 또는 취소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적었다.

특히 청주에선 서울 원정 확진자가 발생했던 대형 클럽까지 한 달 만에 영업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져, 지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 업소는 지난달 서울 거주자 2명을 포함한 20대 3명이 클럽 방문 후 확진됐고, 지역사회 연쇄 전파로 이어졌다. 업소는 출입자에 대한 방역 수칙을 강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수도권 원정 방문자를 가려내 막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장 서울 강남의 한 클럽은 청주 해당 클럽에서 '원정 파티'를 공지하는 글을 커뮤니티에 올리며 회원을 모집했던 것으로 알려져 지역 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