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 성장 '빨간불'... 소상공인 추가 지원 위해 '추경 리셋'도 불가피

입력
2021.07.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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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에 경제 타격 불가피
정부 목표인 4.2% 경제성장 불투명
방역 강화와 소상공인 지원위해 추경 재조정 필요
'정부 안이한 인식에 장밋빛 전망만' 비판도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현실화하면서 빠른 수출 개선과 내수 회복을 발판 삼아 올해 4%대 경제 성장을 달성하려던 정부 계획에 경고등이 켜졌다.

당장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담긴 소비 진작책 시행이 불투명해진 데다,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우리 경제 회복을 견인해온 수출 회복세도 꺾일 수 있어서다.

특히 델타 변이를 매개로 한 코로나 4차 대유행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어, 경제가 잠깐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고꾸라지는 ‘더블딥’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백신 접종 속도만 믿고 너무 낙관적 전망에 기초해 경제 정책을 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4차 대유행에 2차 추경 소비진작책 시행 시기·효과 '미지수'

9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4.2%로 높였다. 상반기 수출 호조에다, 2차 추경으로 내수시장까지 살리면 ‘V자 반등’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발표한 지 2주도 안 돼 어그러지는 분위기다. 오는 12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최고단계(4단계)로 격상되면 그로 인한 소비 위축과 고용 감소,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추경안에 담긴 8월 말 소비쿠폰 발행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전통시장·골목상권에서 쓴 금액을 10% 환급해주는 ‘카드 캐시백’도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또 다른 소비 촉진책인 지역상품권 발행 확대나 무착륙 관광비행 확대 등도 마찬가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내건 올해 경제성장률의 전제조건은 양호한 방역 상황과 추경에 의한 내수 진작 효과”라며 “확진자는 날로 늘고, 소비 진작책은 미뤄질 가능성이 커 올해 4.2% 달성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번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의 방역 강도가 어느 때보다 세다는 점은 향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부분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 이전 3단계(10인 이상 모임 금지) 적용 시 민간 소비는 연간 16.6%, 국내총생산(GDP)은 8.0%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오준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 등 방역조치 4단계의 강도를 감안하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 장밋빛 전망 반복... 소비쿠폰 예산 등 손봐 피해계층 지원 늘려야"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 속도에 취해 소비쿠폰 발급 등을 계획했던 정부가 너무 안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을 고려·발표한 지난달에 이미 전염력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도 확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부 변수는 고려하지 않은 채 재정 투입 효과만 과하게 기대하다가 또다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엇나가고 정책 신뢰도마저 떨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2차 추경안에 대한 전면 재조정(리셋)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추경안이 소비진작책 중심으로 짜인 탓에 코로나19 방역 예산은 전체의 13%(4조4,000억 원)에 불과해 이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4단계 거리 두기로 당분간 저녁장사를 포기해야 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해 추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정이 10조 원 규모의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확대를 놓고 다툴 때가 아니라, 이 예산을 소상공인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쿠폰이나 재난지원금에서 일부를 덜어내 소상공인 등 큰 피해가 예상되는 계층의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