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 '최고 방역 수준' 16호 지시령까지 발동

입력
2021.07.0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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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15일 동안 외출 및 이동 금지 
음식 배달도 불가? 현지 혼란 가중

최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은 베트남 호찌민시가 자국 내 최고 방역 수준에 해당되는 '16호 지시령'을 발동한다. 16호가 시행되면 대다수 시민들의 외출이 금지되며 차량 이동도 제한된다. 사실상 도시 전체가 셧다운 상태에 들어가는 셈이다.

8일 주베트남 호찌민 총영사관에 따르면 호찌민시는 이날 시 산하 각 행정청에 16호 지시령을 9일부터 적용할 것을 명령했다. 지시령 1차 적용 기간은 15일이며, 추가 연장 여부는 오는 20일 전후에 결정될 전망이다. 16호 지시령 발동은 지난해 4월 베트남에 코로나19 첫 확산 이후 1년 3개월만이다. 총영사관 측은 "호찌민시 전역에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호찌민시가 충분한 물자를 확보한 만큼 사재기를 할 필요는 없지만 개인 방역은 철저히 해달라"고 교민들에게 당부했다.

16호 지시령은 외출 금지와 이동 통제로 요약된다. 일단 지시령이 발동되면 시민들은 원칙적으로 자택에 머물러야 한다. 2인 이상의 모임도 금지되며 2미터의 안전 거리 유지도 필수다. 외출 가능 조건은 식재료 및 의약품 구매, 응급 상황으로 한정된다. 16호 지시령 기간에 출근이 허용되는 인원은 공공 및 외교기관 종사자다. 이들 외에도 생필품 판매업자, 물류 및 수출입업, 은행ㆍ통신ㆍ물류ㆍ의료업계 종사자도 예외적으로 출근이 가능하다.

락다운 기간 동안 버스와 택시 등 대중 교통의 운행도 중단된다. 그랩 등 차량 공유 서비스 역시 이용할 수 없다. 차량 이동이 허용되는 경우는 공무 및 환자 이송, 허가된 출퇴근 등 필수 영역에만 한정된다. 한국기업을 포함 수출단지 내 공장들은 격리ㆍ봉쇄 조건을 유지한 채 생산활동을 할 수 있다. 근로자들은 공장 내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며, 공장 측은 일주일에 한번 코로나19 신속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호찌민 시민들은 지시령의 일부 모호한 규정에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은 음식 배달이 가능한지 여부다. 현 지시령은 음식점의 포장 판매를 금지하면서 식자재에 대한 배달은 허용하고 있다. 음식 배달이 대부분 포장된 상태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지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배달 음식을 식자재로 볼 경우 또 가능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호찌민은 지난 4월 코로나19 재창궐 이후 베트남에서 가장 많은 8,58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최근 3일 동안 최종 양성 판정 수치도 600~700건을 찍는 등 확산세가 누그러 들지 않는 모습이다. 베트남의 총 확진자 수는 2만3,385명이며, 이들 중 2만279명이 4월 이후 감염됐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