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는 사람들의 생각, 욕구, 감정, 사회적 관계 등을 드러낸다. 사회심리학자 제임스 페니베이커는 실질적 의미가 담긴 내용어보다 조사나 접속사, 대명사 같은 기능어 사용을 분석하면 결국 ‘나’라는 사람의 심리, 정체성, 사회적 지위 등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내용어는 말하는 이의 의도에 따라 의식적으로 선택되지만 문법적 체계와 관련된 기능어는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사용되어 말하는 사람의 독특한 언어 습관을 형성한다.
기능어 중에서 대명사는 말하는 사람의 지위를 드러내는 척도로 활용된다. 페니베이커의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은 사회적 지위와 자존감이 높고 자신만만한 사람들은 나라는 단어를 적게 사용하고, 불안하거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은 나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떤 모임이나 조직에서 서열이 높은 사람은 '우리'나 '너, 당신'을 많이 사용하고 나를 적게 사용한다고 한다.
나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반면 우리나 너, 당신은 상대와 조직, 국가 등 외부세계가 화제가 된다. 우리는 다양한 성격을 띤다. 친밀감과 유대감을 드러내는 우리도 있지만 상대방과 선을 긋는 배타적인 우리도 있다. “우리가 남이가?”처럼 나와 너를 묶는 우리는 집단적 유대를 강화하지만 “우리끼리 나눌 얘기가 있으니 너는 먼저 가라”에서 우리는 너를 배제하는 우리이다. 또 “우리 모두 마음을 모읍시다”의 우리처럼 상대방의 적극적 지지와 행동을 요구하는 우리도 있다. '우리'는 친밀한 유대감과 적절한 거리두기를 필요에 따라 넘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대명사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