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권역별 순회경선 출발지로 대전·충남을 선택했다. 통상 호남이나 제주에서 시작한 것에 비하면 이례적 결정이다. 내년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중원(충청) 민심을 공략하는 동시에 야권 유력주자로서 '충청 대망론'을 내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권역별 순회경선은 △대전·충남(8월 7일) △세종·충북(8월 8일) △대구·경북(8월 14일)을 시작으로 서울(9월 5일)을 마지막으로 11차례 실시한다. 그간 초반에 배치됐던 △제주(8월 20일) △광주·전남(8월 21일) △전북(8월 22일) 경선은 이번에는 중반부에 진행된다.
민주당이 대선후보 순회경선을 충청에서 시작하는 것은 처음이다. 201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특수성으로 호남·영남·충청·서울 순으로 4차례밖에 안 열렸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중 가장 흥행에 성공했던 2002년엔 제주를 시작으로 16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에 충청이 초반 경선지역으로 선택된 배경에는 중립성이 거론된다. 당내 1위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수도권 지자체장인데다 고향이 경북이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고향은 각각 전남과 전북인 만큼 주자들 간 유불리를 피해 낙점한 측면이 크다.
이상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은 8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충청은 내년 대선의 향방을 좌우하는 지역으로서의 의미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여야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과 영남이 아닌 중원에서부터 민주당의 경선 흥행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핀 윤 전 총장을 의식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권 도전 선언 후 윤 전 총장이 민생 행보를 시작한 지역이 대전이었다. 그는 지역 언론들과의 간담회에서 "저는 서울에서 교육받았지만 부친과 사촌들의 뿌리는 충남에 있다"며 "저에 대해 충청대망론을 언급하는 것은 지역민의 하나의 정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부 후보 측에선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7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이 지사의 대선후보 적합도는 대전·세종·충청에서 25%로 1위였다. 이 전 대표(8%)와 정 전 총리(3%)를 크게 앞선 만큼 결과적으로 이 지사에게 유리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각 캠프에서 첫 순회경선지를 두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순회경선 초반 판세가 전체 판세를 좌우할 만큼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행대로 제주나 호남을 택했다면 이 전 대표나 정 전 총리가 상대적으로 기선 제압에 유리할 수 있다.
2002년 경선이 대표적이다. 첫 순회경선지인 제주에서 한화갑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면서 그간 당내 1위였던 이인제 후보의 '대세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 울산과 광주에서 노무현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면서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최종 후보로 선출될 수 있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