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일타쌍피? "윤석열, 야심 있다면 김종인에게 매달려야"

입력
2021.07.09 12:30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尹, 제3지대 언급 없었기에 8월 버스 탑승할 것"
"입당 시기 고민은 尹 돕는 여권 인사들 배려"
"윤석열은 김종인 같은 좌장의 도움 받아야"

'8월 대선 경선버스'을 주장하며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8월 말 입당을 촉구하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윤 전 총장이 상식선에서 당연히 탑승할 거라고 본다"며 거듭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전날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8월 경선 버스에 탑승할 것"이라며 8월 입당을 긍정적으로 점쳤다.

이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전 총장의 8월 말 입당 가능성을 점친 것에 대해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대선 준비) 한다고 시원하게 말한 적도 없다"면서 "제3지대 아니면 탑승이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확실히 탑승할 것이라고 시원하게 답을 못하는 이유에 대해선 "아무래도 윤 전 총장의 지지층이 범여권과 범야권에 걸쳐 있다고 판단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윤 전 총장 측 캠프까지는 아니지만, 돕는 분들 사이에서 범여권 인사인 분들의 이름도 가끔 보인다"며 "그분들 입장에서 바로 (국민의힘) 입당이라는 절차를 통해서 우리 당내에서 활동하는 것은 또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마 윤 전 총장 측에서 그 캠프 내 사정, 팀 내 사정을 배려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한 6일 윤 전 총장과 1시간가량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를 했느냐라는 질문에 "정치 얘기만 했다"면서 "저는 주로 윤 전 총장이 퇴임 이후에 어떤 행보를 하셨는지 그런 걸 물어봤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은 우리 당내 사정이라든지 정치 전반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다"고 회동 뒷이야기를 전했다.


"윤석열, 11월 입당?...지지율 변화 있다면 빨리 입당해야"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의 8월 말 입당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1월 입당도 언급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지율만 유지된다면 윤 전 총장이 무소속 상태로 지금부터 쭉 가다가 11월에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야권 단일화하면 된다"는 주장을 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지난주에 김 전 위원장을 만났다"고 밝히며 "그런 것(11월 입당설)들에 대해서 오해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의 전제 조건은 '견고한 지지율이 유지된다면'이다"면서 "저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아직도 견고하지만 앞으로 국민들이 조금 더 적극적인 질문들을 할 것이다. 그때는 조력을 잘 받을 필요가 있고, 그러지 않으면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저희 당 또는 엄청 훌륭한 좌장의 역할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데, 그 좌장이 김 위원장일 수도 있다"며 "윤 전 총장같이 야심 있는 사람이라면, (김 전 위원장에게) 매달려야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저는 항상 김 전 위원장의 기여를 기대하고 있다"며 "대권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김 전 위원장에게) 좀 더 특별한 접근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거듭 김 전 위원장을 높이 평가했다.

국민의힘의 김 전 위원장 재영입 가능성에는 "개표 방송 때 당선된 후보 옆자리에 계실 분"이라며 "(선대위원장이든) 어떤 역할이든지 후보 옆자리 또는 옆의 옆자리 정도엔 계실 것 같다"고 내다봤다.

결국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을 '킹 메이커'로, 윤 전 총장은 유력 후보로 국민의힘 울타리 안에서 내년 대선을 치르고 싶다는 큰 포부를 드러낸 셈이다.


'8월 대선 버스'...최종 탑승 인원은 4명?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을 두고 "물리적인 시한은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도 밝히셨듯이 9월 초중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헌당규에 어긋나지 않기 위한 시한"이라며 "다만 저희 입장에서는 민주당 경선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나중에 민주당 후보는 떠서 정책 발표를 하는 등 차별화를 시도하는데, 저희 후보는 두세 달 동안 나오지도 않는 상황이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생각하는 합리적 시점은 8월 말 정도"라고 못 박았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대선에 나설 후보들이 "벌써 14, 15명 나오고 있는데, 저는 더 풍성해질 수 있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그는 "민주당이 9명에서 6명으로 줄이는 것, 지금은 8명에서 6명으로 줄이는 것이긴 하지만 이건 박진감이 떨어지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아무리 버스(탑승자)가 많다 하더라도 나중에는 좀 좋은 버스로 갈아타면서 네 분 정도로 추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경선에서) 컷오프 두 번은 확정은 아니지만 몇 명이 최종 등록하실지 봐야될 듯하다"며 "10명 안쪽으로 최종 등록하시면 한 번에 4명 정도로 추릴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단계 한 번을 더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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