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직 외교관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욕’을 트위터에 올렸다. 중국의 ‘적’으로 통칭되는 누군가를 향해 망발을 지껄였다. 중국 ‘전랑외교'(戰狼ㆍ늑대전사)의 배타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공산당 100주년 행사를 치르며 한껏 고양된 중국의 자부심을 국제사회가 곧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파키스탄 주재 중국대사관 문화담당 장허칭(張和淸)은 지난달 23일 트위터에 “우리가 친구를 대하는 방식과 적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글과 함께 두 장의 그림을 올렸다. ‘엄지 척’을 한 그림 위에는 “믿을 만하고 사랑스럽고 존경스럽다”며 중국의 친구라고 적었다. 반면 가운데 손가락을 내민 그림에는 “우리는 늑대전사”라면서 적에 대한 경멸을 담았다. 친구와 적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중국의 조악한 이분법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장씨는 파키스탄에서 중국문화센터장도 맡고 있다. 해외에 중국 문화를 전파하고 우의를 다지며 우호적 여론을 조성해야 할 책임자가 앞장서 상대를 물어뜯은 셈이다. 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8일 “저속한 손짓에서 보듯 중국 외교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 전문가 주드 블란쳇은 “중국이 늑대전사의 편집증적인 세계관을 고집한다면 세계와의 연결고리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만 전직 외교관은 페이스북에 “이건 전랑외교가 아니라 불한당 외교, 심지어 미친 개 외교”라며 당사자의 자질과 중국 외교의 수준을 싸잡아 문제 삼았다. 논란이 커지자 장씨는 해당 트윗을 부랴부랴 삭제했지만 이미 인터넷에 확산돼 중국 외교의 오점으로 남았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5월 31일 공산당 고위간부 대상 강연에서 “신뢰할 수 있고 사랑과 존경을 받을 만한 외교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며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외공관에서는 불과 20여 일 만에 욕설을 퍼부으면서 중국 전랑외교의 본색을 드러냈다. 루사예(盧沙野) 프랑스 주재 중국대사도 “조국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운 늑대전사라는 호칭은 영광스러운 것”이라고 동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는 시 주석의 공산당 100주년 연설을 거론하며 “민족주의자의 불만으로 가득한 오만함이 전랑외교의 근원”이라고 평가했다. 필립 하워드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장은 “중국 외교관 300여 명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조사해봤더니 트위터나 페이스북 가짜 계정까지 동원해 메시지를 증폭시켜 서구에 반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