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이 띄우고 이준석 대표가 추인한 국민의힘의 여성가족부 폐지론. 이 대표는 대선 공약으로 추진할 뜻까지 내비쳤지만, 당내에서 제동이 걸렸다. 역시 대선주자인 윤희숙 의원과 최고위원인 조수진 의원이 여가부 폐지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다.
2030세대 남성에 구애하려는 남성 정치인들의 '책략'과 여성 초선 의원들의 '소신'이 충돌한 것이다. 다만 '소신'이 승리할지는 미지수다.
이준석 대표는 7일 여가부 폐지를 거듭 주장했다. 대구지역 언론인들을 만나 "여가부가 20년 가까이 운영되면서 평가를 한 번 해야할 시점이 왔다"고 했다.
윤희숙 의원은 신중론을 폈다.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가부가 인심을 잃은 것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여가부 폐지는 딱 칼로 자르듯이 얘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이어 “청소년, 다문화가정, 성폭력 피해자 보조 같은 여가부 기능의 공백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구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수진 의원은 이 대표 등의 주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페이스북에서 "양성 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 부처나 제도는 더이상 필요없다는 식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거나, 그것을 통해 한쪽의 표를 취하겠다는 건 분열의 정치"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6일 "여가부 예산을 제대 군인에게 나눠 주겠다"고 했는데, 이는 전형적인 젠더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샀다.
다른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도 7일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여가부 폐지에 반대한다"고 했다. 다만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듯 실명으로 의견을 밝히는 것은 조심스러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 의원은 "우리 당이 여성정책을 경시하는 것처럼 비춰질까 우려스럽다"며 "여가부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도 "사회 곳곳에 여가부의 역할이 필요한 곳이 많다"며 "유 전 의원 등의 주장처럼 위원회로 대체한다는 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성 의원도 "표를 위해 '모 아니면 도' 식의 여가부 폐지 주장이 나오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선 여가부 폐지 주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이낙연 전 대표는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장경태 의원도 “여가부 폐지 공약은 성평등 실현의 가치를 쉽게 무시하고 젠더갈등을 부추긴다"고 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여가부 폐지 주장은 국가 성평등 정책을 폐지하자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며 “참 나쁜 정치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