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200명대로 치솟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향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불허, 그리고 원천봉쇄에도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8,000명가량 모인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흔히 '태극기 부대'라 불리는 보수단체들의 8·15 집회 이후 2차 대유행이 시작된 것과 비슷한 상황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집회 참석자 중 확진자가 없고, 방역당국의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이날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가 4차 대유행에 끼쳤을 영향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역학조사를 한 후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집회 개최와 코로나19 4차 유행과의 연관성을 먼저 조사한 뒤 고발 조치 여부 등을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8월 2차 대유행이 촉발된 상황을 연상케 한다. 당시엔 사랑제일교회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는데, 이후 열린 광복절 광화문 도심 집회를 통해 크게 확산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 확진자 수가 1,000명대를 훌쩍 넘겼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민주노총 저격이 시작됐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다 "민주노총이 집회를 강행하고 사흘 뒤 확진자가 1,000명을 넘겼다"며 "얼마나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지 지켜보겠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미 확진자가 700명 선이던 지난 3일 민주노총이 집회를 강행하는 것에 대해 강한 반대론을 내세운 바 있다. 서울시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을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 수사도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 민주노총 집회를 4차 대유행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섣부른 분석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일단 실외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은 낮다. 거기다 지난해 광화문 집회의 경우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상황에서 집회를 강행했을뿐더러, 의도적으로 조사를 방해하기까지 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지난해 광화문 집회는 단체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 것이 감염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있다"며 "노동자들이 실외에서 일회성 집회를 한 것이 현재의 환자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는 4,000명이 모인 집회를 열었으나 이후 전수조사 과정에서 2명만 확진 판정을 받았고, 추가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현재 집회 참석자 중 환자 발생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며 "집회가 현재 유행에 영향을 끼쳤을지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결과를 보자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집회 참석자들에게는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검사를 받으라 권하고 있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