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안 괜찮아, 도와줘"라는 절규

입력
2021.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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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학교폭력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고등학생이 자살했다는 참담한 뉴스가 연이어 보도되었다. 무엇이 이들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였는가? 우리 사회는 우리의 아이들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하여야 한다.

지난 6월, 강원도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투신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의 부모는 사이버폭력과 집단 따돌림, 교사의 무관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건이라 하였다.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하여 인터넷에 아들을 저격하는 글이 유포되며 학생들 사이에서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아들이 자해 시도도 하였고, 교사 상담을 하였으나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했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는 것이다. 이 학생은 “나 안 괜찮아. 도와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광주에서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몇몇 학생들이 아들의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그걸 지켜보며 조롱하며 웃는 동영상이 부모에게 전달되었고, 또한 가해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아들을 찾아와 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증언도 있다. 어떤 학생에게는 학교와 학교 친구들이 고통과 죽음의 장소, 존재가 되었다니 우리들의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

이 두 사건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정책, 그리고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 시대 학교 교육의 특징은 휴업과 비대면 교육이며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격차라고들 한다. 또한 친구들과 선생님을 못 만나고 주로 집에 머물면서 우울감이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에 대한 대응도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 온라인수업용 디지털 기기를 보급하고 온라인 교육콘텐츠를 개발, 보급하는 것이다. 청소년 우울증과 관련해서는 마음 건강 지키기 캠페인과 심리상담사업 등이 있지만 비중이 크진 않다.

그런데 위의 학교폭력 자살 사건은 교육격차 해소 못지않게 청소년들의 생명과 안전의 보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켜준다. 코로나 이후 폭력 피해의 양상이 달라졌다. 등교가 줄자 학교폭력도 줄었지만 가정 내 폭력은 증가했고, 일부 청소년들은 부모의 학대를 피해 가출하는 학교 밖 청소년이 되었다. 오프라인 학교폭력은 줄었지만, 사이버상의 폭력은 3배 증가하고 수법은 더 교묘해졌다. 가해 학생은 장난, 사소한 일, 심지어 가해라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일이겠지만 피해 학생은 회복할 수 없는 엄청난 상처를 받거나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제는 교육격차만을 얘기할 수 없다. 교육정책과 학교 현장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 여론조사(한국리서치 2021. 3. 17., '코로나 시대, 학교의 역할 및 온라인수업에 대한 인식 조사' 참고 https://hrcopinion.co.kr/archives/17834)를 보면 사람들은 학교 역할에서 배움이라는 교육의 기능보다 공동체 생활과 사회적응과 같은 사회적 기능을 더 중요시하고, 온라인수업 상황에서 학력 격차보다 친구와의 관계와 공동체성 약화, 취약계층 소외, 가정에서의 돌봄 부담 증가 등을 더 우려했다. 학교는 교과 학습 못지않게 청소년들의 사회화 과정을 지원하고 삶을 지켜줘야 한다. 비대면 상황이라면 더욱, 학생들이 온·오프라인에서 타인과 관계 맺기, 사회구성원으로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하고, 개별 학생들의 사회적 지지체계가 돼주어야 한다. 더 이상의 소외와 폭력이 없도록 교육격차 해소를 넘어 더 큰 틀에서 포스트 코로나 교육정책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