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로 시력 교정술 받는 환자 76%가 난시 동시 보유… "시력 교정술 신중해야"

입력
2021.07.06 23:10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시력 교정술을 받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근시 환자가 사물과 글씨가 겹치고 번져 보이는 난시가 있다면 시력 교정 수술이 어렵거나, 각막을 깎는 양이 늘어 예기치 않은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근시로 인해 라식 같은 시력 교정술을 받는 환자 10명 중 8명이 난시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온누리스마일안과가 2020년 6~12월 스마일라식 시력 교정술을 받은 근시 환자 가운데 설문에 응한 221명(여성 110명·남성 111명)을 분석한 결과, 난시를 동시에 보유한 환자가 76%(168명)였다.

난시는 동그란 각막이 눌려 타원형으로 변형되면서 발생하는 굴절 이상 증세다. 사물이 흐리거나 겹쳐 보이며, 물체의 상이 출렁거려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한다. 안경을 써도 렌즈가 두꺼워지고 비용 부담이 크다.

난시로 인해 겪는 불편으로는 어지럼증이라는 답변이 38.7%(65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난시 교정용 안경이나 렌즈 비용 부담 37.5%(63명), 난시용 렌즈 불편 27.4%(46명) 등도 많이 꼽았다. 13.1%(22명)는 안경을 써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환자들의 근시 상태는 중등도 근시(-3~-6디옵터)가 33.5%(74명)가 가장 많았고, 경도 근시 18.6%(41명), 고도 근시가 16.7%(37명)이었다. 자신의 시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도 30.8%(68명)나 됐다. 환자 평균 나이는 26세, 학생ㆍ직장인ㆍ취준생이 77.3%로 대다수였다.

김부기 온누리스마일안과 원장은 "시력 교정술은 개인 도수에 맞춰 각막을 레이저로 깎아 굴절률을 조정하는 과정이므로 시력이 나쁠수록 각막 깎는 양이 늘어난다"며 "특히 고도 근시와 심한 난시가 함께 있으면 근시만 있을 때보다 각막 절삭량이 20∼30%나 늘어날 수 있으므로 무리하게 수술하면 안 된다"고 했다.

각막 표면은 안구 내부 압력을 견디는 역할을 하는데, 각막을 많이 깎을수록 각막 상피에 분포된 각막 신경 손상이 늘고 안압을 견디는 힘이 약해진다. 그러면 각막이 퍼지는 각막 확장증이나 원뿔 모양으로 솟는 원추 각막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안구건조증이나 빛 번짐 현상도 가중될 수 있다.

가벼운 난시는 레이저로 근시를 교정하면서 함께 해결할 수 있지만 심하면 시력 교정술 자체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최근 가장 많이 시행되는 스마일라식은 난시가 -5디옵터가 넘으면 안전과 정확도 때문에 수술 자체가 불가능하다. 원해도 시력 교정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다.

다만 난시가 심할 때 난시 교정 각막절개술(난시 교정 수술)로 난시를 먼저 줄인 후, 안정기를 거쳐 스마일라식으로 근시를 교정하는 단계적 병합 수술을 하면 각막 안정성을 유지하며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온누리스마일안과 의료진이 2020년 국제 학술지 BMC(BioMed Central Ophthalm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난시 교정 각막절개술 후 스마일라식 수술을 단계적으로 시행했을 때 평균 난시가 -5.48디옵터에서 수술 후 -0.34 디옵터로 대폭 개선됐다. 환자들의 시력도 수술 전 평균 0.03에서 수술 후 1.05 로 좋아졌고, 2년 간 추적 관찰 결과 부작용 없이 시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김 원장은 "평생 한 번 하는 눈 수술을 유행이나 시간에 쫓겨 급하게 받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난시가 심하면 정밀 검사로 눈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 단계적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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