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인터뷰] '신박한 정리' 김상아 PD "용기 낸 이하늘, 고마웠죠"

입력
2021.07.06 17:34

비움과 정리의 의미를 되새긴 '신박한 정리'의 김상아 PD가 함께 해준 출연진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6일 tvN '신박한 정리'의 연출을 맡은 김상아 PD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종영 소감을 전했다. '신박한 정리'는 지난해 6월 첫 방송된 이후로 김호중, 김동현부터 제이블랙-마리 부부, 윤석민, 허경환, 민우혁 등 다양한 스타들이 출연한 '신박한 정리'는 집을 정리하고 덜어냄으로써 행복해진다는 '비움의 미학'을 실현하며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을 꾀했다.

먼저 김상아 PD는 지난 5일 막을 내린 소감에 대해 "1년 넘게 방송을 진행했다. 그동안 같이 했던 출연자에게 감사하다. 시청자들의 사랑 덕분에 방송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우리 프로그램은 단순히 청소하는 게 아니라 집을 들여다보고 버리지 못하는 물건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로 인해서 삶이 정리되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 또 정리로만 끝날 게 아니라 그들의 스토리를 담아내고 싶었다. 그런 부분에서 시청자들에게 전달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애라의 따뜻함 덕분에 '착한 예능' 수식어"

'신박한 정리'는 정리에 능한 배우 신애라와 윤균상, 코미디언 박나래가 출연해 매주 게스트들에게 정리 솔루션을 전하며 프로그램 자체의 고유성을 자랑했다. 이에 대해 김상아 PD는 "신애라는 처음 다른 토크쇼를 논의하려 만났는데 본인이 먼저 정리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자신이 정리를 통해 삶이 달라지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후 신애라가 말한 '정리'라는 키워드를 토대로 방송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아이디어에서 기인한 프로그램인 만큼 신애라는 촬영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도맡았다. 출연자에게 따뜻하게 다가가 집을 공개해야 하는 부담감을 달래고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안심시켰다. 김상아 PD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수식어는 MC들 덕분이다. 세 명 모두 워낙 따뜻하다. 마음을 열 수밖에 없다. 특히 신애라의 수식어가 저희 프로그램까지 붙었다. 기존에 중점을 맞춘 건 의뢰인의 스토리였다. 정리를 통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의뢰인이 감동하는 과정을 담고 싶었는데 신애라 덕분에 '착한 예능'이 됐다"면서 감사한 마음을 밝혔다.

"유재환 촬영하며 가장 눈물 많이 흘려"

당초 8부작으로 기획된 '신박한 정리'는 뜨거운 관심에 이어 정규 편성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정리에 어려움을 겪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집을 공개하며 물건 하나하나에 얽힌 에피소드를 털어놓으면서 웃음 혹은 눈물을 짓게 만들기도 했다. 감동 뿐만 아니라 하나의 아이템도 더욱 유용하게 정리하고 활용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등, 정리 노하우를 함께 전해 예능 이상의 의미를 더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 가운데 생활 공간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한 모습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참지 못했던 이도 있었다. 김상아 PD는 가장 인상 깊었던 출연자로는 정은표 가족을 꼽았다. 지난해 9월 전파를 탔던 정은표 가족 편은 공간이 주는 삶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뭉클함을 선사한 바 있다. 이에 김상아 PD는 "시청자들도 제일 기억하고 연출진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편은 정은표 가족이다. 가족들 모두 굉장히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고 따뜻하다. 편집을 하면서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면서 "편집을 하면서 자주 운다. 가장 운 건 유재환 가족이다. 어머니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 현장에서도 연출팀이 다 울었다. 울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눈물이 흘렀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매 회 방송마다 큰 반응을 이끌어냈던 '신박한 정리'. 그 덕분에 직접 출연 요청을 한 이도 있었다. 바로 그룹 슈퍼주니어 신동이다. 그는 실제로 방송의 팬이라면서 사비로 그릇 선반을 구매해 '신박한 정리' 팀에게 나눠줬다는 후문이다. 김상아 PD는 출연자 섭외 기준에 대해 "보통 추천을 받는다. 정은표는 장현성이 추천을 했다. 홍록기도 홍경민도 소개해 줬다. 이후 저희가 답사를 가서 이 집은 어떤 문제가 선명하고 스토리 라인을 구상한다. 무작정 지저분한 집을 찾는 건 아니었다"면서 "방송 중반부, 일반인 모집을 기획하기도 했다. 하지만 악플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방송에서 연예인 집을 공개했을 때 지저분한 부분에 대한 악플이 달렸기 때문이다. 도움이 되고 싶어서 하는 건데 출연을 하는 이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될 것 같았다"고 조심스러웠던 지점을 드러냈다.

"故 이현재 방을 그렇게 둬선 안 된다는 걱정 컸죠"

특히 마지막 회 게스트인 그룹 DJ DOC의 이하늘 편이 화제를 모았다.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2개월 동안 촬영이 중단됐지만 다시 일어나 보려 용기를 낸 이하늘에게 많은 시청자들이 위로를 받았다. 당시 촬영 중단됐던 때를 회상한 김상아 PD는 "고민이 컸다. 사실 저희도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이하늘에 대한 걱정이 많이 됐다. 차마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지도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그 상태로 멈춰 있었을 집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故 이현재 방을 그렇게 둬선 안 된다는 걱정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하늘 쪽에서 애프터 출연을 하겠다고 말해줬다. 마침 마지막 회였다. 이하늘의 용기에 너무 감사했다"고 진심 어린 말을 전했다.

다만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은 적었다. 김상아PD는 "이번 시즌을 멈추는 이유가 50회까지 하면서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는 다 나왔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면 나올 수 있겠다. 다만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면서 후련한 마음을 비쳤다.

김상아 PD가 가장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비움의 용기'다. 그는 "정리의 시작은 비움이다. 비워야만 또 다른 것을 채워 넣을 수 있다. 우리가 이고 지고 갖고 있는 물건들 중 필요한 건지 생각하고 비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가진 것 중에 필요한 게 뭔지, 남은 것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길 바라며 연출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박한 정리'는 나만의 공간인 '집'의 물건을 정리하고 공간에 행복을 더하는 노하우를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6월 처음 론칭한 뒤 약 1년 동안 방송했으며, 지난 5일 이하늘 편을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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