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엘사 상륙 임박한 쿠바, 18만명 대피령

입력
2021.07.05 14:46
카리브해 지역서 이미 최소 3명 숨져
홍수 예측되는 쿠바, 주민 대피령 내려
미국 플로리다주도 비상사태 선포

허리케인 ‘엘사’가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를 덮쳤다. 쿠바 당국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대피령을 발령했다. 허리케인이 향할 것으로 예측되는 미국 플로리다주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4일 오후 9시(현지시간) 쿠바 기상청(INSMET)은 엘사가 쿠바 중부지역 남쪽 해상에 자리잡고 있다고 발표했다. INSMET는 필론 지역에서 4시간 만에 강수량 122㎜의 폭우가 내렸고, 카보크루스 지역에선 순간 최고시속 98㎞의 강풍이 불었다고 밝혔다. 엘사가 쿠바 남부 해안을 따라 북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중남부 해안에 상륙해 쿠바를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허리케인이 해안을 따라 이동하면서 해일 우려도 커지고 있다. INSMET는 “(엘사의) 상륙 직전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그란마 지역 남부 해안에 홍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국 명령에 따라 주민 대피도 시작됐다.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에 따르면, 이날 오전 남부 후카로 지역 등 해안 도시 거주자들은 지역 당국이 마련한 교통편으로 위험 지역을 떠났다. AP통신은 대피령의 영향을 받는 인원이 18만 명에 달한다며 주민 대부분은 친인척 거주 지역으로 이동했고, 일부는 정부가 제공한 보호소로 거처를 옮겼다고 보도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폭우과 강풍이 나타나지 않는 지역에도 주의를 당부했다고 그란마는 전했다.

엘사가 카리브해 동부 지역을 휩쓸면서 현재까지 최소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3일 도미니카공화국에서 2명이 숨졌고 세인트루시아에서도 1명이 사망했다고 카리브해재해비상관리국은 밝혔다. 지난 4월 수프리에르화산 폭발로 이미 피해를 입은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에서도 가옥 지붕이 날아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아이티에는 홍수 및 산사태 경고가 내려졌다. 바베이도스에서는 가옥 62채가 붕괴하는 등 1,100여 채의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 윌프레드 애이브러햄스 바베이도스 내무장관은 “건물에 이상이 있는 경우 즉각 집을 떠나라”고 당부했다.

허리케인 진행 경로에 있는 미국도 대비에 착수했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이날 “엘사가 5일 플로리다해협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6, 7일에는 플로리다 서부 해안에 상륙할 수 있다”고 예보했다. 앞서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3일 15개 카운티를 대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한편 쿠바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 쿠바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519명에 달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이후 일일 최다 신규 확진자 발생 기록이다. 마누엘 마레로 크루스 쿠바 총리는 코로나19 대응 공동 회의에서 “허리케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란마는 “코로나19와 허리케인의 이중고 속에서 쿠바 당국은 각 지역에 예상 시나리오를 지정했다”고 전했다.

김진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