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황해' 등 스릴러 장르물에서 독보적인 연출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나홍진 감독이 태국 호러물의 대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을 만났다. 한국과 태국의 공포 세계관이 맞물리며 '랑종'이 탄생했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다. 작품은 이산 지역 낯선 마을 한 가족이 경험하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담았다. 나홍진 프로듀서가 집필을 맡았고 '셔터'로 공포 영화 팬들을 다수 보유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만났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태국어로 무당이라는 뜻을 지닌 '랑종'은 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 '바얀 신'을 모시는 님(싸와니 우툼마)와 그의 가족들이 겪는 재난 같은 시간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았다. 다큐멘터리 촬영팀은 님을 촬영하던 중 님의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의 이상 증세를 확인했고 신병이 대물림되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세 달간 가족들의 일상을 담는다.
그저 평범한 20대에 불과한 밍은 바얀 신과 신내림 등 현상을 믿지 않는다. 초자연 현상을 믿냐는 촬영팀의 질문에 "가짜 같다"고 웃음으로 넘긴다. 하지만 밍은 자신도 알아채지 못한 사이에 점차 변화한다. 느닷없이 폭력적이게 변한 것은 물론, 하혈 증세까지 보이면서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를 지켜본 님의 마음은 편치 않다. 신내림을 거부했던 님의 언니 노이(씨라니 얀키띠칸)이 겪었던 증세와 흡사한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님은 노이 몰래 밍에게 신내림을 받게 하려 하지만 밍의 증세가 점점 심해지면서 님마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님은 밍에게 들어간 원혼을 내쫓기 위한 퇴마를 준비하게 된다.
작품의 러닝타임은 130분, 전반부는 예상보다 조용하다. 공포 영화를 각오했던 관객들이 팔짱을 끼고 지켜볼 정도의 서늘하면서도 잔잔한 분위기다. 하지만 분기점을 지난 후부터는 끔찍하고 잔혹한 피의 향연이 펼쳐진다. 쉴 새 없이 피가 난무하는 약 1시간이 곧바로 이어진다. 앞서 '랑종'은 청소년 관람불가등급으로 분류 받았던 터. 잔혹감과 공포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극의 소재인 근친상간, 살인, 식인, 영아 살해 등 끔찍한 이야기들이 한 데 모였다. 뿐만 아니라 밍의 빙의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성적인 장면도 여과 없이 나온다. 일부 관객들에게 불필요한 장면으로 느껴질 요소가 다분한 대목이다. 몰입감은 뜨겁다. 끝없는 괴이함이 괴로움으로 이어진다. 유독 길게만 느껴진다. 영화 속 촬영팀이 현상을 포착하는 연출 방식을 통해 현실과 허상의 경계를 허문다. 특히 극중 밍의 이상 증세를 포착한 CCTV는 보는 이들의 공포를 극대화한다.
국내에서는 나홍진 감독의 흥행작 '곡성'을 떠올리며 '랑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랑종'에서도 나홍진 감독의 디테일하면서도 세밀한 연출과 특유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곡성'과 '랑종'의 차별점 역시 재밌는 관전 포인트다. 두 작품 모두 각지의 샤머니즘을 토대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을 담았지만 전혀 다른 결을 선보인다. '곡성'이 불친절한 의문점으로 가득 찼다면 '랑종'은 명쾌하다. 조상의 원죄를 묻고 '벌'을 받는다. 인물의 모든 게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연결돼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꿈도 희망도 없는 엔딩' 역시 '랑종'만의 강점이다.
한편 나홍진 감독과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첫 작품 '랑종'은 오는 1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