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 도전 선언 후 캠프 안팎에서 공식·비공식적으로 정책을 조언하는 전문가들의 면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의 잠행 동안 '1 대 1'로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해 '과외'를 도와줬다. 평생 검사로 살아온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경제와 외교·안보, 복지 등은 생소한 분야인 만큼 자문에 기댈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이 등판 전후 밝힌 정책 방향은 원론적이었지만 조력자로 꼽히는 전문가들의 견해와 겹쳤다. 그가 내놓을 구체적인 공약과 정책에서도 이들의 인식이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 이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자유시장경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출마 선언문에서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이라고 비판한 그는 4일 페이스북에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잘못된 이념에 취해 나온 것"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윤 전 총장 주변 경제 전문가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소득주도성장은 성장 이론에 부합하지 않아 장기적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 단기효과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해 왔다.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도 지난 5월 8일 윤 전 총장과 따로 만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윤 전 총장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와 안정적 주택 공급을 강조했다. 앞서 5월 27일 유현준 홍익대 교수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도시개발 독과점을 풀어야 한다며 민간 주도 지역별 소규모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관심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교수가 평소 줄기차게 주장한 내용이다.
외교·안보 분야 자문을 맡은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전문가포럼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에서 한국 외교를 둘러싼 도전 과제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경제 등 비전통 분야를 포함한 '포괄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동맹국과 협력 강화를 주문했고, 미래를 지향하는 한일관계, 힘을 통한 비핵·평화적 대북관계를 원칙으로 제시했다.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에도 이러한 내용이 그대로 반영됐다. 윤 전 총장은 "대한민국이 문명국가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며 "확고한 정체성으로 적과 친구, 경쟁자와 협력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주도하는 인권·민주주의 등을 기반한 '가치 동맹'에 합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이념 편향적 죽창가를 부르다 여기까지 왔다"고 현 정부를 직격하고, 모든 사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일괄 타결하는 '그랜드 바겐'을 통한 해결을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보편 복지는 서비스 복지로, 현금 복지는 특정 정책 목표를 정해 임팩트 있게 하는 게 옳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며 "기본소득을 제대로 하는 나라는 없다"며 여권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제시하고 있는 원칙은 "성장과 복지 모두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선 복지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서비스형 복지를 주장한 안상훈 서울대 교수가 숨은 조력자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