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변호사 납치·체포… '미얀마 인권' 마지노선도 무너지다

입력
2021.07.04 18:00
쿠데타 후 최소 17명 변호사 구금... 재판 후 납치도
커지는 분노… 시민들, 쿠데타 수장 생일에 화형식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결국 시민들을 돕는 변호사들까지 억압하고 나섰다. 인권 수호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뜨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쿠데타 군부와 민주화 시위를 하는 시민들 간 '강대강(强對强)' 대치도 점점 더 심화하는 모습이다.

4일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군부에 납치 또는 체포된 변호사는 최소 17명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현재까지 석방된 사람은 쿠데타 초기인 지난 2, 3월에 체포된 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4명은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다. 타닌타리주(州)에서 시위대 석방을 돕던 르윈 아웅 폿 나이는 이미 기소돼 1심 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다른 변호사 13명도 중형을 구형받은 뒤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변호사들을 옭아매는 사슬은 미얀마 형법 505조(허위사실 유포 및 선동 혐의)다. 군부에 비판적 견해만 밝혀도 적용 가능한 이 조항은 변호사는 물론, 언론인들을 사법처리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고 있다. 체포 방식도 마구잡이다. 수도 네피도에서 민주 인사들을 변호하던 흘라잉 툰은 지난 5월 의뢰인의 재판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납치된 뒤 기소됐다. 심지어 군부는 도주 중인 다와웨 킨 변호사를 잡기 위해 현재 그의 가족 8명을 인질로 붙잡고 있다.

AAPP는 국제사회가 군부의 변호인 탄압 행위를 좌시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APP 관계자는 "1990년 유엔은 '변호사의 역할에 관한 기본 원칙'을 통해 인권 수호를 위한 국제적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며 "유엔 등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기본적 책임을 저버린 군부를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부의 만행은 어린이들도 가리지 않는다. 시민 불복종 운동(CDM)을 주도하다 도주한 흐타르 린 박사의 7세 아들은 3주째 감옥에 갇혀 있다. 린 박사의 자수를 끌어내기 위한 '미끼'로 구금한 것이다. 소년은 이달 초 진행된 정치범 석방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군인들에게 끌려갔던 민주화 인사의 딸 수텟위네(5)도 18일 만인 지난달 30일 풀려났다. 하지만 아이는 석방 후 감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시민들의 분노는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반(反)군부 시위대는 전날 65번째 생일을 맞은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저주하는 집회를 전국 곳곳에서 열었다. 시위 장소엔 미얀마 장례식에서 제공되는 전통 쌀국수 '모힝가'가 흘라잉 사령관 사진 앞에 놓여 있었다. 일부 시위대는 그의 사진과 모형 관을 직접 불태우며 극에 달한 분노를 드러냈다. 전날까지 시위 중 숨진 시민들은 890명, 불법 체포된 인원은 6,481명에 각각 달한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